삼성.LG 직원도 공기업으로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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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34명의 경력직 사원을 뽑은 P사의 인사 담당자는 접수한 지원서를 들여다보다 깜짝 놀랐다.
지원자 2200여명이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출신들인 데다 특히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A사와 B사에서 각각 200여명씩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 인사 담당자는 알고 지내는 A사 임원에게 "요즘 회사에 무슨 문제가 있는거냐"고 물었고,A사는 내부감사까지 벌이는 소동을 빚었다.
최근 들어 수십,수백 대 1의 입사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취업한 대기업의 일부 젊은 사원들이 '일류 직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의 이직 사유는 △기업문화 부적응 △개인적 성향 △부서 및 보직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여야 하는 치열한 경쟁 스트레스를 피해서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하고,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공기업이나 다른 민간 기업을 찾아 떠나는 게 요즘 추세다.
중소기업의 우수 인력이 기회만 되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과는 또다른 양상인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소기업의 우수 인력을 싹쓸이한다고 눈총받았던 대기업들도 이제는 인재유출 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들어 매년 평균 2400명 정도가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대졸 사원들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인원(4000명)을 감안할 때 상당한 이직 규모다.
지난해부터는 반도체와 LCD 등 핵심 기술분야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LG전자도 전체 직원 3만1000명 가운데 1500여명이 매년 사직서를 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술직과 달리 영업과 마케팅 인력들의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본인의 경력관리나 출세보다는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추구하는 최근의 경향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최근 삼성전자를 떠나 모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A과장은 "기획과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과장급 직원들의 경우 연봉은 다른 회사에 비해 많지만 업무량이 과다해 이직하는 경향이 많다"며 "처음 입사했을 때와 달리 과다한 업무와 너무 비대해지는 조직 때문에 자신의 포부를 펴기 어려운 대기업보다는 비전이 있고 마음껏 일해볼 수 있는 중소 벤처기업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힘들게 들어간 '취업 희망 1순위 기업'을 포기하고 떠나는 젊은 사원들은 벤처기업이나 다른 민간 기업을 향하는 경우도 많지만,적지 않은 인원은 공기업이나 각종 협회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요즘 공기업이나 협회의 임금도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년까지 비교적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올 상반기 채용한 신입사원 140명 가운데 38명이 삼성 등 대기업에서 온 경력사원들이다.
토지공사는 2003년 이후 채용한 신입직원 849명 가운데 103명이 대기업 또는 금융회사 출신이다.
주택공사의 2004년 이후 입사자 652명 중에서도 300명이 다른 직장에서 옮겨 왔다.
주공 입사자 가운데 삼성그룹 출신만 13명에 이르고 4대 그룹을 합치면 22명에 달한다.
경력 보유 입사자의 7.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처럼 젊은 인재들의 이직 현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대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선배 사원과 후배 사원을 '멘토(후원자)'와 '멘티(피후원자)'로 1 대 1로 연결시켜 조직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매년 10% 안팎의 신입사원 이탈로 고민하고 있는 두산은 신입사원 환영회에 전 계열사 CEO가 참석,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R&D 인력의 경우 '3년 내에 동종업계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SK㈜는 직장 내 갈등뿐 아니라 가족관계 등 모든 고민거리를 상담해주는 하모니아 제도를 운영,2003년 3.6%에 달했던 이직률(정년퇴직 포함)을 지난해 1.9% 수준으로 낮췄다.
정태웅·김형호·조재길 기자 redael@hankyung.com
지원자 2200여명이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출신들인 데다 특히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A사와 B사에서 각각 200여명씩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 인사 담당자는 알고 지내는 A사 임원에게 "요즘 회사에 무슨 문제가 있는거냐"고 물었고,A사는 내부감사까지 벌이는 소동을 빚었다.
최근 들어 수십,수백 대 1의 입사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취업한 대기업의 일부 젊은 사원들이 '일류 직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의 이직 사유는 △기업문화 부적응 △개인적 성향 △부서 및 보직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여야 하는 치열한 경쟁 스트레스를 피해서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하고,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공기업이나 다른 민간 기업을 찾아 떠나는 게 요즘 추세다.
중소기업의 우수 인력이 기회만 되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과는 또다른 양상인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소기업의 우수 인력을 싹쓸이한다고 눈총받았던 대기업들도 이제는 인재유출 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들어 매년 평균 2400명 정도가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대졸 사원들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인원(4000명)을 감안할 때 상당한 이직 규모다.
지난해부터는 반도체와 LCD 등 핵심 기술분야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LG전자도 전체 직원 3만1000명 가운데 1500여명이 매년 사직서를 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술직과 달리 영업과 마케팅 인력들의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본인의 경력관리나 출세보다는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추구하는 최근의 경향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최근 삼성전자를 떠나 모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A과장은 "기획과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과장급 직원들의 경우 연봉은 다른 회사에 비해 많지만 업무량이 과다해 이직하는 경향이 많다"며 "처음 입사했을 때와 달리 과다한 업무와 너무 비대해지는 조직 때문에 자신의 포부를 펴기 어려운 대기업보다는 비전이 있고 마음껏 일해볼 수 있는 중소 벤처기업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힘들게 들어간 '취업 희망 1순위 기업'을 포기하고 떠나는 젊은 사원들은 벤처기업이나 다른 민간 기업을 향하는 경우도 많지만,적지 않은 인원은 공기업이나 각종 협회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요즘 공기업이나 협회의 임금도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년까지 비교적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올 상반기 채용한 신입사원 140명 가운데 38명이 삼성 등 대기업에서 온 경력사원들이다.
토지공사는 2003년 이후 채용한 신입직원 849명 가운데 103명이 대기업 또는 금융회사 출신이다.
주택공사의 2004년 이후 입사자 652명 중에서도 300명이 다른 직장에서 옮겨 왔다.
주공 입사자 가운데 삼성그룹 출신만 13명에 이르고 4대 그룹을 합치면 22명에 달한다.
경력 보유 입사자의 7.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처럼 젊은 인재들의 이직 현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대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선배 사원과 후배 사원을 '멘토(후원자)'와 '멘티(피후원자)'로 1 대 1로 연결시켜 조직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매년 10% 안팎의 신입사원 이탈로 고민하고 있는 두산은 신입사원 환영회에 전 계열사 CEO가 참석,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R&D 인력의 경우 '3년 내에 동종업계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SK㈜는 직장 내 갈등뿐 아니라 가족관계 등 모든 고민거리를 상담해주는 하모니아 제도를 운영,2003년 3.6%에 달했던 이직률(정년퇴직 포함)을 지난해 1.9% 수준으로 낮췄다.
정태웅·김형호·조재길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