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거듭해온 이란 핵 문제가 외교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국제 유가와 금값이 하락하는 등 국제 원자재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한때 '미국의 이란 공격설'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 불길한 시나리오로 요동치던 원자재 시장이 급속히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이란의 최종 선택이 남아 있어 불안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 발 다가선 미국과 이란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 협상 대표는 6일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합의한 포괄적 핵협상안을 전달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한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정책 대표와 2시간 동안 만났다.

라리자니 대표는 이후 국영 TV에 출연,"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협상안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아소 다로 일본 외상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서방측의 제의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이란측이 미국 등 서방측의 핵 협상안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란의 반응은 긍정적"이라며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이란이 안보리와 독일이 마련한 인센티브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데 고무돼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그러나 "핵심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선언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안은 '당근과 채찍'


6개국이 합의한 협상안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할 경우 경제지원 외에 원자로 건설과 핵 연료 확보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일부 핵 기술 이전도 포함돼 있다고 정통한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란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미국의 농업기술 수출 같은 내용이 협상안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협상안은 한때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까지 검토했던 미국의 대 이란 강경노선이 급격히 후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라크전은 실패작'이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중간선거 참패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협상쪽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안에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계속 고집할 경우 안보리를 통해 강력 제재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원자재가격 하락세로 반전

일단 이란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7월물은 배럴당 10센트 떨어진 72.50달러로 마감됐다.

장중 한때는 배럴당 1.25달러까지 급락했다.

런던 원유시장에서도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이 51센트 내린 배럴당 70.86달러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란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경우 유가가 급속히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국제 금값도 이날 온스당 14.80달러 떨어진 627.00달러에 마감된 데 이어 7일에도 하락세가 계속됐다.

은값은 온스당 45센트 내린 11.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니켈 현물값은 t당 325달러 내린 2만1675달러,주석은 t당 170달러 내린 8105달러,전기동은 t당 210달러 내린 7720달러에 각각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란핵 협상추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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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핵 사태 일지 ]

△2006년 1월=이란,우라늄 농축 활동 재개 선언

△4월=미국의 공격 가능성 보도

△5월8일=이란 대통령,부시 대통령 비판 서한 발송

△31일=미,이란과 협상용의 천명

△6월1일=안보리 5개국과 독일,포괄적 핵협상안 합의

△6일=이란,포괄적 핵협상안 진지하게 검토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