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자동차 부품 및 금형을 만드는 A사는 최근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용 리드프레임 생산을 중단하고 관련 설비를 매물로 내놓았다.

수년 전부터 리드프레임 주문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 원료인 구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구리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데다 장기적인 전망도 밝지 않아 리드프레임 사업을 접었다"며 "리드프레임 설비는 다른 금형 제작에는 쓸모가 없어 매물로 내놓았는데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B사도 지난달 압출기 2대와 왁스믹스기 등을 매물로 내놓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유가로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많이 올라 채산성이 떨어진 제품들의 생산을 중단하는 바람에 노는 설비가 많아졌다"며 "지난 몇 년간 계속된 불황이 좀체 풀릴 기미가 안 보여 설비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두 회사의 사례처럼 환율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로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유휴설비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유휴설비 매매 사이트인 '파인드머신'(www.findmachine.or.kr)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이 사이트에 접수된 매각 의뢰 건수는 509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663건)에 비해 39.2% 급증했다.

특히 올 2월에는 사이트가 개설된 2003년 초 이후 처음으로 월중 매각등록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1127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입을 의뢰한 건수는 19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76건)에 비해 29.7% 감소했다.

이 사이트를 통한 거래성사 규모도 297건 68억원으로 전년 동기(337건 92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매물로 나오는 설비는 밀링 선반 드릴링머신 연마·연삭기 등 공작 기계와 프레스 절단·절곡기 등 절단가공 기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무나 플라스틱 제품을 성형하는 사출·압출기 등도 꾸준히 매물로 나오고 있다.

반면 이들 매물을 사겠다는 수요는 크게 줄어들어 중고장비 매매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시화 공단에 있는 한 중고설비거래 전문업체 대표는 "올 들어 중고 장비를 구매하겠다는 문의가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수출 기업들의 신규 설비 투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휴설비 전문 유통업체인 서플러스글로벌의 김정웅 대표도 "부가가치가 낮은 저사양 업종을 중심으로 설비 매물이 증가하고 있으나 신규설비 수요는 줄어들어 매매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10년 이상 된 설비들의 경우 거래 가격이 올 들어 20~3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