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대신 남미의 반미 선봉장인 베네수엘라와는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나섰다.

가르시아는 6일 당선 뒤 외신기자들과 가진 첫 회견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그는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경쟁자였던 좌파 후보 오얀타 우말라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해선 "그가 더 이상 페루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남미의 좌파 바람에 제동을 걸 인물로 주목받은 가르시아가 선거가 끝난 지 이틀 만에 미국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대신 베네수엘라에 한걸음 다가서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가르시아는 "미국과의 FTA는 아직 의회 비준을 거치지 않은 초안에 불과하다"며 "미국과 재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좌파 계열 아메리카인민혁명동맹(APRA) 소속인 그는 "APRA는 국민의 정당이고 민주주의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해 보조금 혜택을 받는 미국 농산물의 페루 수입 등에 대해 협정 내용을 수정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반면 선거기간 동안 차베스와 맹비난을 주고 받았던 가르시아는 입장을 바꿔 "차베스와 다툴 생각이 없고 반(反)차베스 노선에 참여할 의사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인 알리 로드리게스가 "가르시아가 당선되면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위협했던 차베스의 발언을 부인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에서 차베스는 가르시아를 '부패한 정치인''도둑' 등으로 지칭하며 좌파 후보를 거들었다.

이에 대해 가르시아는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맞섰고 차베스 견제 세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은 차베스에 대항하는 가르시아를 응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