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측 요구 사항인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 허용'을 두고 국내에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사법을 통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에 대해서는 의약 전문지나 의사 상대의 광고 외에는 금지하고 있다.

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미국 정부측이 한·미 FTA 협정문 초안에서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일단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이날 밤(한국시간) 시작된 의약품 분야 본협상에서 정식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국내 제약과 의료계 등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크게 엇갈려 나오고 있다. 의약품의 대중광고 허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논리로 제시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측에서는 "약물 남용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美, FTA서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요구…국내 찬반논란
광고 허용 문제에서 제 1당사자 격인 제약업계에서조차 견해차가 크다. 국내에 진출해 있으며 오리지널 의약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경우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또 광고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적은 일부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찬성에 지지표를 던지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중광고를 통해 제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으므로 적절히 규제가 이뤄진다면 업계에 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5대 제약사의 한 관계자도 "의사만 상대하는 것보다 영업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중소 제약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제품 경쟁력이 뒤지고 광고할 여력도 적은 만큼 허용을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5대 제약사의 관계자는 "광고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제품이 부각돼 국내 제약사에 결코 유리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약품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사가 처방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이 정확한 지식이 없으면서 처방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며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철 약사교육연구소장은 "전문의약품 대중광고는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약물 오·남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용한다 하더라도 선진국처럼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춰야 하며 항암제 등 약 선택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광고를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가 전문의약품 대중광고를 허용하고 있으며 유럽도 독일 룩셈부르크 스위스 덴마크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대중광고가 가능하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