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월부터 재건축 단지의 안전진단 기준을 크게 강화키로 함에 따라 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원천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추진 단지들은 대부분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정도의 초기단계에 있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들은 안전진단 기준이 까다로워지면 재건축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재건축사업 원천 봉쇄될 듯

정밀안전진단에 앞서 예비평가를 맡게 될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이번 안전진단 강화조치로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의 95% 정도가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저층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튼튼하게 지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중층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예비평가에서 '유지·보수' 판정을 받고 재신청을 준비 중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예비평가를 이미 통과한 강동구 둔촌주공 1~4단지도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조병호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7일 "재건축은 건물 구조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주차난과 설비 노후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추진하는 것인데 구조안전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또 "지금은 각종 규제가 겹쳐 재건축을 추진할 수 없는 만큼 차라리 차기 정부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안전진단 절차의 근본적인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정비사업조합협회 최태수 사무국장은 "재건축을 해도 좋다는 의미로 지자체장이 정비계획을 수립해 놓고 뒤늦게 재건축이 안된다며 안전진단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 안전진단 통과해도 "산 넘어 산"

문제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도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기반시설부담금,재건축 개발부담금이라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포주공 4단지 장덕환 조합장은 "자금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건축비를 내기도 빠듯한데 입주 전에 막대한 개발부담금을 무는 것은 힘에 부친다"며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도 재건축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