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까르푸 인수 진두지휘 … M&A 두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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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까르푸 야탑점이 다시 까르푸에 복귀,이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이랜드의 손에 넘어가게 됨으로써 올 상반기를 달아오르게 했던 대형마트(할인점)업계의 인수·합병(M&A) 전쟁이 일단 막을 내렸다.
이랜드와 신세계 이마트는 올 유통업계 M&A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한국까르푸와 월마트 코리아를 각각 손에 넣으면서 대형마트업계의 판도를 휘젓는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권순문 이랜드개발 대표(42)와 허인철 신세계 경영지원실 관리담당 상무(46)는 숨가빴던 M&A 드라마를 일선에서 진두지휘,경쟁 업체를 따돌리는 개가를 올리면서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었던 대표적인 386세대.그러나 이들의 업무 추진 방식이나 성향은 다르다.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권 대표가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거부하고 출범 초기의 이랜드에 둥지를 튼 반면 허 상무는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현대전자를 거쳐 1996년 신세계에 입사해 줄곧 근무하는 등 대기업에서만 잔뼈를 키워왔다.
◆ 독학으로 M&A 전문가‥신종 '메자닌 기법' 적용
강원 평창군 출신으로 초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와 중동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온 권순문 대표는 매사에 얽매이길 싫어한다.
대학시절에는 이념 동아리에 가입하는 등 사회의 부조리에 정면 대응하는 '운동권'이었다.
생리적으로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거부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애당초 거대한 조직문화에 순응하길 포기했던 권 대표의 야성은 이랜드 입사 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부서 일보다는 입사 초기인 1990년에 작은 가구회사를 인수하면서 매력을 느낀 'M&A'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하버드대에서 발간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열심히 읽으면서 독학으로 시작한 M&A에 대한 공부는 사내에서 직원 4명과 함께 M&A 스터디클럽 결성으로 이어졌고,결국 이랜드 M&A팀의 모태가 됐다.
"한국까르푸 인수는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권 대표는 흔들림이 없다.
"1조7000여억원을 현금으로 주고 산다면 무리일 수 있다"며 "하지만 3000억원을 투자해 부동산 가치가 1조5000억원이 넘는 기업을 인수한 건 성공적인 M&A"라고 강조했다.
출발부터 접근 방식이 경쟁 업체와 달랐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작은 규모의 자기자본으로 큰 규모의 자본을 동원하는 데 발군의 실력을 갖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익숙지 않은 신종 M&A 기법을 들여오는 창의성엔 경쟁 업체의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이번 한국까르푸 인수에서 선보인 기법은 '메자닌(Mezzanine)' 금융기법.이를 통해 1조2000원을 끌어들이는 등 이랜드가 부담한 금액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메자닌 방식은 주식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대출이 어려울 때 배당우선주,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권,전환사채(CB) 등 주식 관련 권리를 받는 대신 무담보로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메자닌은 이탈리아어로 복층 주택의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중간방'을 말한다.
권 대표는 이에 앞서 2003년 말에는 뉴코아를 불과 6247억원에 인수해 점포 매각 직후 곧장 재임대해 운영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법으로 거액의 이득을 남긴 경험을 갖고 있다.
웬만한 국내 M&A 실무통들과 달리 해외 유학을 거치지 않은 토종이자 독학파라는 한계를 극복해낸 비결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현장 검증. 이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롯데 삼성테스코 등 강력한 거대 유통업체들과의 한국까르푸 인수 경쟁에서 이들의 허를 찌르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영어 능통·회계실력 해박‥고비때마다 뚝심 상대설득
한국까르푸가 이랜드로 넘어간 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달 22일 또 한번 유통업계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터졌다.
신세계가 월마트 코리아 인수를 전격 발표한 것.철통 같은 보안 속에 진행된 빅딜을 막후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허인철 상무다.
신세계의 성공적인 월마트 코리아 인수는 허 상무의 치밀한 업무 추진력 외에도 뛰어난 영어 구사력과 해박한 회계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근무경력을 쌓은 그가 신세계로 직장을 옮긴 것은 그의 탁월한 재무관리 능력에 주목한 신세계측의 스카우트 덕분이었다.
허 상무는 신세계에서 재무와 경리,인사,관리를 맡으면서 빈틈없는 업무처리로 구학서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 5월3일 회사 고위층으로부터 "월마트측에 한국법인 매각의사가 있는지 타진해 보라"는 지시를 받은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복잡한 M&A협상을 깔끔하게 매듭지으면서 또 한번 '실력'을 발휘했다.
허 상무가 월마트측에 매각의사를 문의하면서 한 말은 "한국까르푸가 철수하기로 한 것은 영업부진 때문이다.
월마트 코리아도 제대로 수익을 못 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한테 팔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7일,뜻밖에도 월마트로부터 "좋다.
매입가격을 제시해 보라"는 신속한 응답이 돌아왔다.
허 상무는 월마트의 재무제표를 이미 충분히 분석해 놓은 뒤였기에 '7000억~8500억원 사이'라는 가격대를 자신있게 제시했고,월마트로부터 "타당한 제안"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월마트 코리아측이 보유한 현금 1000억원을 매매가에 반영해 주지 않을 경우 보유현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해 고비를 맞게 됐다.
허 상무는 이에 대해 "회계의 기본을 모르는 얘기다.
법인 전체를 인수하는 건데 보유현금만 따로 계산하겠다는 건 적절치 않다"는 논리로 월마트측을 압박,이 고비마저 어렵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그는 "결국 월마트 코리아 인수가격을 8000여억원으로 매듭지었지만,여기에는 월마트 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1000억원의 현금이 포함돼 있으므로 실제 인수가격은 7000억원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 상무는 "최종 인수조건 조율을 끝내고 도쿄로 날아가 계약서에 조인한 게 5월10일이니까 불과 1주일 새에 감쪽같이 M&A 작업을 해치운 셈"이라며 "나를 믿고 힘을 실어준 회사 최고경영진의 도움 덕분에 협상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이랜드와 신세계 이마트는 올 유통업계 M&A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한국까르푸와 월마트 코리아를 각각 손에 넣으면서 대형마트업계의 판도를 휘젓는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권순문 이랜드개발 대표(42)와 허인철 신세계 경영지원실 관리담당 상무(46)는 숨가빴던 M&A 드라마를 일선에서 진두지휘,경쟁 업체를 따돌리는 개가를 올리면서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었던 대표적인 386세대.그러나 이들의 업무 추진 방식이나 성향은 다르다.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권 대표가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거부하고 출범 초기의 이랜드에 둥지를 튼 반면 허 상무는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현대전자를 거쳐 1996년 신세계에 입사해 줄곧 근무하는 등 대기업에서만 잔뼈를 키워왔다.
◆ 독학으로 M&A 전문가‥신종 '메자닌 기법' 적용
강원 평창군 출신으로 초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와 중동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온 권순문 대표는 매사에 얽매이길 싫어한다.
대학시절에는 이념 동아리에 가입하는 등 사회의 부조리에 정면 대응하는 '운동권'이었다.
생리적으로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거부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애당초 거대한 조직문화에 순응하길 포기했던 권 대표의 야성은 이랜드 입사 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부서 일보다는 입사 초기인 1990년에 작은 가구회사를 인수하면서 매력을 느낀 'M&A'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하버드대에서 발간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열심히 읽으면서 독학으로 시작한 M&A에 대한 공부는 사내에서 직원 4명과 함께 M&A 스터디클럽 결성으로 이어졌고,결국 이랜드 M&A팀의 모태가 됐다.
"한국까르푸 인수는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권 대표는 흔들림이 없다.
"1조7000여억원을 현금으로 주고 산다면 무리일 수 있다"며 "하지만 3000억원을 투자해 부동산 가치가 1조5000억원이 넘는 기업을 인수한 건 성공적인 M&A"라고 강조했다.
출발부터 접근 방식이 경쟁 업체와 달랐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작은 규모의 자기자본으로 큰 규모의 자본을 동원하는 데 발군의 실력을 갖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익숙지 않은 신종 M&A 기법을 들여오는 창의성엔 경쟁 업체의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이번 한국까르푸 인수에서 선보인 기법은 '메자닌(Mezzanine)' 금융기법.이를 통해 1조2000원을 끌어들이는 등 이랜드가 부담한 금액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메자닌 방식은 주식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대출이 어려울 때 배당우선주,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권,전환사채(CB) 등 주식 관련 권리를 받는 대신 무담보로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메자닌은 이탈리아어로 복층 주택의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중간방'을 말한다.
권 대표는 이에 앞서 2003년 말에는 뉴코아를 불과 6247억원에 인수해 점포 매각 직후 곧장 재임대해 운영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법으로 거액의 이득을 남긴 경험을 갖고 있다.
웬만한 국내 M&A 실무통들과 달리 해외 유학을 거치지 않은 토종이자 독학파라는 한계를 극복해낸 비결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현장 검증. 이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롯데 삼성테스코 등 강력한 거대 유통업체들과의 한국까르푸 인수 경쟁에서 이들의 허를 찌르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영어 능통·회계실력 해박‥고비때마다 뚝심 상대설득
한국까르푸가 이랜드로 넘어간 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달 22일 또 한번 유통업계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터졌다.
신세계가 월마트 코리아 인수를 전격 발표한 것.철통 같은 보안 속에 진행된 빅딜을 막후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허인철 상무다.
신세계의 성공적인 월마트 코리아 인수는 허 상무의 치밀한 업무 추진력 외에도 뛰어난 영어 구사력과 해박한 회계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근무경력을 쌓은 그가 신세계로 직장을 옮긴 것은 그의 탁월한 재무관리 능력에 주목한 신세계측의 스카우트 덕분이었다.
허 상무는 신세계에서 재무와 경리,인사,관리를 맡으면서 빈틈없는 업무처리로 구학서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 5월3일 회사 고위층으로부터 "월마트측에 한국법인 매각의사가 있는지 타진해 보라"는 지시를 받은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복잡한 M&A협상을 깔끔하게 매듭지으면서 또 한번 '실력'을 발휘했다.
허 상무가 월마트측에 매각의사를 문의하면서 한 말은 "한국까르푸가 철수하기로 한 것은 영업부진 때문이다.
월마트 코리아도 제대로 수익을 못 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한테 팔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7일,뜻밖에도 월마트로부터 "좋다.
매입가격을 제시해 보라"는 신속한 응답이 돌아왔다.
허 상무는 월마트의 재무제표를 이미 충분히 분석해 놓은 뒤였기에 '7000억~8500억원 사이'라는 가격대를 자신있게 제시했고,월마트로부터 "타당한 제안"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월마트 코리아측이 보유한 현금 1000억원을 매매가에 반영해 주지 않을 경우 보유현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해 고비를 맞게 됐다.
허 상무는 이에 대해 "회계의 기본을 모르는 얘기다.
법인 전체를 인수하는 건데 보유현금만 따로 계산하겠다는 건 적절치 않다"는 논리로 월마트측을 압박,이 고비마저 어렵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그는 "결국 월마트 코리아 인수가격을 8000여억원으로 매듭지었지만,여기에는 월마트 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1000억원의 현금이 포함돼 있으므로 실제 인수가격은 7000억원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 상무는 "최종 인수조건 조율을 끝내고 도쿄로 날아가 계약서에 조인한 게 5월10일이니까 불과 1주일 새에 감쪽같이 M&A 작업을 해치운 셈"이라며 "나를 믿고 힘을 실어준 회사 최고경영진의 도움 덕분에 협상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