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도 '버냉키 쇼크'를 피해가지 못했다.

현충일 휴일로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인플레이션 강경 발언에 해외증시는 폭락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머징마켓 지수는 6일 744로 2.1% 하락하며 지난 1월18일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버냉키 쇼크가 이어지면서 7일 코스피지수는 2.67% 급락,심리적 지지선인 13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는 5.98%나 하락,단숨에 560선으로 주저앉았다.

그동안 잠잠했던 외국인들이 2500억원어치(코스닥 포함)를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1300선이 무너지면서 추가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하락폭이 커지면서 기관의 손절매(로스컷) 물량 출회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1200~1250선을 지지선으로 제시하며 길게는 3분기까지 기간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오는 29일 열리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각한 경기침체를 야기할 정도까지는 긴축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8월 FOMC까지는 금리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돼 국내증시도 '미국 변수'에 출렁이는 조정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승철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악의 경우 1220까지도 각오해야 하며 8월 말 또는 9월 초까지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낙관론도 살아 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이날 "최근 미국 등의 성장률 둔화우려로 한국을 비롯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았지만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며 "3분기 이후 실적이 좋아질 종목에 대해선 좋은 매수기회"라고 주장했다.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외부 충격에 훨씬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이처럼 외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개인투자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프로그램 매매 등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안전판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매매비중은 무려 92∼93%에 달한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수가 하락하자 2633억원어치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은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낼 세력이 없어 지수가 속절없이 폭락했다.

기관들도 손절매를 중소형주에 집중하고 있어 코스닥시장의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또 코스닥시장의 경우 IT(정보기술)기업들이 많아 IT업황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550선까지 조정받은 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하지만 일단 투자심리가 꺾인 만큼 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매수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주가가 많이 떨어져 저평가 종목들이 생겨났지만 투자심리가 안정세를 되찾는 게 급선무"라며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보일 때까지는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성완·김태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