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세토 유조 韓ㆍ日경제협회 일본측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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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맥주 도쿄 본사는 관광지로 유명한 아사쿠사와 스미다강 인근에 위치해 있다.
20층 임원 응접실의 대형 창문에선 초고층 빌딩과 녹지가 조화롭게 어울린 도쿄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오는 9월 물러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후임으로 누가 된다 해도 한국과 일본 관계는 훨씬 좋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세토 유조 한·일 경제협회 일본측 회장(76·아사히맥주 상담역)은 "경제계는 물론 정치인 사이에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냉각된 일본과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삿포로에서 열린 제38회 한·일 경제인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세토 유조 회장을 7일 오후 만나 양국 현황 및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토 회장은 "이번 회의에는 역대 최고인 281명이 참석해 두나라 경제인 간 유대를 확인한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한 뒤 "FTA(자유무역협정) 조기 타결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경제인 회의가 38회를 맞았습니다.
먼저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양국 재계 인사들이 매년 만나 교류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요.
특히 올해는 부인들도 40명이나 참석해 인간적 유대가 더욱 깊어진 것 같습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도 기조 연설을 통해 양국의 경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과거사 등을 둘러싸고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제는 현실이기 때문에 양국 간 협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봅니다.
경제인 회의를 통해 두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경제인 회의를 통한 구체적인 성과가 있습니까.
"올해도 양국 경제인들은 공동 선언문을 통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요구했으며,중소기업으로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회의에 참석한 회사 중에서 비즈니스 단계로 상담을 벌이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양국 협회가 2004년부터 공동 주최하는 고교생 교류 캠프에 이미 600명 이상이 참가해 청소년들이 상대국을 이해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어요."
-경제 분야에서 한·일 간 의존도가 커지는 반면 정치 외교적 갈등도 생기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없겠습니까.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양국은 공통된 문화적 토양을 가진 이웃 나라입니다.
양국 국민 모두 상대국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좀더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상대의 단점만을 들추지 말고 서로 배울 수 있는 장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국가 관계에서 자국만 옳다고 주장하면 해답이 안 나옵니다.
솔직히 경제 교류는 느는데 정치적으로 자꾸 일이 꼬여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주길 당부하고 싶어요."
-오는 9월 일본 총리가 바뀝니다. '포스트 고이즈미' 시대에 양국 관계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지요.
"누가 총리가 돼도 현재보다 좋아질 것입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 개혁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교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이제 국내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만큼 차기 총리는 외교에 좀 더 많은 배려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경우 개인 신념을 이유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집했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정치인도 많습니다.
일본 정치인들도 아시아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 간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경제인만으로는 양국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습니다.
정치인을 포함해 시민단체,언론인,학자,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서 폭넓은 교류가 있어야 겠지요.
좋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일 1만명 이상이 양국을 오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개개인이 좀더 깊은 차원의 '우인(친구)'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상대국을 방문해 관광하고 쇼핑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친구를 만들어야 이해의 폭이 깊어집니다."
-2004년 11월 이후 FTA 협상이 중단됐습니다.
협정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까.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인접해 있고 경제 수준도 비슷한 두 나라가 공동 시장을 못 만들면 글로벌시대에 서로 손해가 됩니다.
양국이 합치면 인구 1억7000만명,국내총생산 5조달러의 큰 시장이 됩니다.
공산품 농산물 등의 관세율과 개방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지만 먼저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전략적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미국과 FTA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한국경제를 위해 일본과 먼저 하는 게 유리해요.
양국 정상회담이 중단된 정치적 상황이 있으나 경제관료 등 실무 레벨에서 협상을 재개했으면 합니다.
협상 타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언을 해주시죠.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가면서 '공동화' 얘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중국시장에 대한 과다한 투자가 긴 안목에서 꼭 도움이 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일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합니다.
인건비 등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지 말고 긴 안목으로 경영을 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한국은 중소기업이 약한 게 단점 입니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를 더 육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 중소기업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이 많아져야 합니다.
개성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야 그 나라의 경제 기반이 튼튼해 집니다.
한·일 경제협회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상담도 진행되는 만큼 일본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더욱 늘리라고 제언하고 싶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불황 기간에 더욱 강해졌습니다.
비결이 있습니까.
"좋은 실적을 내는 많은 일본기업의 공통점은 '일본식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종업원을 '재료'로 보는 미국 기업과 달리 일본 회사들은 '사람'을 중시합니다.
경영자들은 고용을 보장하고 휼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아왔어요.
사람에게 투자해 인재를 키운 결과 기업들의 부가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회사에 대한 종업원들의 충성심도 강해졌고요.
경쟁력의 핵심은 역시 '사람' 입니다."
-장시간 고맙습니다.
끝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좋은 말씀 부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깝게 위치한 한국과 일본은 공동 운명체입니다.
과거 문제는 분명히 인식하되 미래를 위해 상호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한국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일본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
20층 임원 응접실의 대형 창문에선 초고층 빌딩과 녹지가 조화롭게 어울린 도쿄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오는 9월 물러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후임으로 누가 된다 해도 한국과 일본 관계는 훨씬 좋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세토 유조 한·일 경제협회 일본측 회장(76·아사히맥주 상담역)은 "경제계는 물론 정치인 사이에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냉각된 일본과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삿포로에서 열린 제38회 한·일 경제인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세토 유조 회장을 7일 오후 만나 양국 현황 및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토 회장은 "이번 회의에는 역대 최고인 281명이 참석해 두나라 경제인 간 유대를 확인한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한 뒤 "FTA(자유무역협정) 조기 타결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경제인 회의가 38회를 맞았습니다.
먼저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양국 재계 인사들이 매년 만나 교류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요.
특히 올해는 부인들도 40명이나 참석해 인간적 유대가 더욱 깊어진 것 같습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도 기조 연설을 통해 양국의 경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과거사 등을 둘러싸고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제는 현실이기 때문에 양국 간 협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봅니다.
경제인 회의를 통해 두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경제인 회의를 통한 구체적인 성과가 있습니까.
"올해도 양국 경제인들은 공동 선언문을 통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요구했으며,중소기업으로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회의에 참석한 회사 중에서 비즈니스 단계로 상담을 벌이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양국 협회가 2004년부터 공동 주최하는 고교생 교류 캠프에 이미 600명 이상이 참가해 청소년들이 상대국을 이해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어요."
-경제 분야에서 한·일 간 의존도가 커지는 반면 정치 외교적 갈등도 생기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없겠습니까.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양국은 공통된 문화적 토양을 가진 이웃 나라입니다.
양국 국민 모두 상대국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좀더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상대의 단점만을 들추지 말고 서로 배울 수 있는 장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국가 관계에서 자국만 옳다고 주장하면 해답이 안 나옵니다.
솔직히 경제 교류는 느는데 정치적으로 자꾸 일이 꼬여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주길 당부하고 싶어요."
-오는 9월 일본 총리가 바뀝니다. '포스트 고이즈미' 시대에 양국 관계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지요.
"누가 총리가 돼도 현재보다 좋아질 것입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 개혁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교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이제 국내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만큼 차기 총리는 외교에 좀 더 많은 배려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경우 개인 신념을 이유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집했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정치인도 많습니다.
일본 정치인들도 아시아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 간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경제인만으로는 양국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습니다.
정치인을 포함해 시민단체,언론인,학자,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서 폭넓은 교류가 있어야 겠지요.
좋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일 1만명 이상이 양국을 오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개개인이 좀더 깊은 차원의 '우인(친구)'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상대국을 방문해 관광하고 쇼핑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친구를 만들어야 이해의 폭이 깊어집니다."
-2004년 11월 이후 FTA 협상이 중단됐습니다.
협정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까.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인접해 있고 경제 수준도 비슷한 두 나라가 공동 시장을 못 만들면 글로벌시대에 서로 손해가 됩니다.
양국이 합치면 인구 1억7000만명,국내총생산 5조달러의 큰 시장이 됩니다.
공산품 농산물 등의 관세율과 개방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지만 먼저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전략적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미국과 FTA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한국경제를 위해 일본과 먼저 하는 게 유리해요.
양국 정상회담이 중단된 정치적 상황이 있으나 경제관료 등 실무 레벨에서 협상을 재개했으면 합니다.
협상 타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언을 해주시죠.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가면서 '공동화' 얘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중국시장에 대한 과다한 투자가 긴 안목에서 꼭 도움이 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일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합니다.
인건비 등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지 말고 긴 안목으로 경영을 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한국은 중소기업이 약한 게 단점 입니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를 더 육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 중소기업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이 많아져야 합니다.
개성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야 그 나라의 경제 기반이 튼튼해 집니다.
한·일 경제협회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상담도 진행되는 만큼 일본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더욱 늘리라고 제언하고 싶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불황 기간에 더욱 강해졌습니다.
비결이 있습니까.
"좋은 실적을 내는 많은 일본기업의 공통점은 '일본식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종업원을 '재료'로 보는 미국 기업과 달리 일본 회사들은 '사람'을 중시합니다.
경영자들은 고용을 보장하고 휼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아왔어요.
사람에게 투자해 인재를 키운 결과 기업들의 부가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회사에 대한 종업원들의 충성심도 강해졌고요.
경쟁력의 핵심은 역시 '사람' 입니다."
-장시간 고맙습니다.
끝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좋은 말씀 부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깝게 위치한 한국과 일본은 공동 운명체입니다.
과거 문제는 분명히 인식하되 미래를 위해 상호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한국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일본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