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축이 된 FTA 반대투쟁단의 6일간 워싱턴 원정시위가 9일 오후 1차 본협상 종료와 함께 끝났다.

투쟁단은 이날 오후 협상장인 미 무역대표부(USTR) 빌딩 앞에서 `USTR 모의 장례 시위'를 가진 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서 `FTA 반대 국제연대' 집회를 열고 지난 4일부터 벌여온 원정시위를 정리했다.

원정시위가 별다른 불상사없이 마무리되자 정부협상단과 주미한국대사관은 물론 워싱턴 한인사회는 크게 안도했다.

투쟁단도 6일간의 시위성과에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투쟁단의 오종렬 단장은 "이번 시위를 통해 재미 동포들과 `혈맹적 연대연합'을만들었고, 미국 노동자.농민들과도 FTA저지 공동 투쟁에 합의했다"며 "그런면에서 이번 투쟁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오종렬 단장은 "그러나 FTA를 저지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며 "앞으로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가열찬 투쟁을 벌여 한미 FTA를 기어이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위대와 내내 행동을 함께 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 의원들과 FTA반대 연대 전선을 만들 수 있었던게 큰 성과였다"며 "데니스 쿠치니치 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한국을 방문해 FTA반대 활동을 함께 벌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투쟁단은 당초 원정시위에 참석하려던 상당수가 비자발급이 거부돼 단 40여명만 원정시위에 합류했지만 국내에서 벌였던 어떤 FTA 반대시위보다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일엔 국제 통신사인 AFP도 투쟁단의 백악관 주변 시위를 소개했다.

뿐만아니라 원정투쟁단은 징, 꽹과리, 북 등 사물놀이를 앞세운 행진시위와 3보1배 시위, 촛불시위,삼베로 만든 상복과 상여까지 동원한 모의장례시위 등 미국인들에겐 생소한 다양한 방식의 시위를 통해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쟁단이 이처럼 평화적인 준법시위를 벌인 것은 FTA 협상이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돌발적이든, 계획적이든 폭력시위가 발생할 경우 국내외에 FTA 반대투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 정부의 불법집회에 대한 엄중 대응 방침, 미국내 한인사회 및 한국정부의 지속적인 우려 제기, 시위대 규모가 작았던 점 등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원정투쟁단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는 평화적 시위를 역설하면서도 "내달 서울에서 예정된 2차 본협상에선 위력적인 시위를 보여주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시위장소에 따라 대조적인 입장을 드러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원정투쟁단은 9일 오후 라파예트광장 시위를 끝으로 워싱턴에서의 활동을 모두 마치고 10일 오전 뉴욕으로 이동한뒤 11일 오후 한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김병수 특파원 lkc@yna.co.kr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