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시판 불허 조치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슬리머'의 출시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의약품 당국이 이 약의 발암 관련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사실상 시판 불허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를 열어 이런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식약청에 따르면 의약품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약심 위원들은 이 약의 안전성 자료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 자료와 비교했을 때 승인의 전제조건인 `동등 이상'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슬리머는 특허만료를 앞둔 다국적 제약사 애보트의 비만치료제 `리덕틸'의 일부 성분과 구조, 용도를 변경해 개발한 이른바 `개량신약'으로 그동안 허가 여부를 두고 제약업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개량신약은 시판허가를 받기 위해 중앙약심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에 대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미약품은 이 약에 대해 2004년 12월 말 품목허가 신청을 냈으나 지적재산권 침해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2005년 4월 초 자료보완 조치를 받았었다.

특히 당시 이례적으로 미국 대사관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가세해 통상압력 논란이 빚어지는 등 이 약을 두고 국제특허분쟁으로 비화할 뻔하기도 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슬리머의 안전성이 오리지널 의약품인 리덕틸보다 적어도 같거나 월등히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개량신약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완전히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상당기간 시판허가를 받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슬리머는 리덕틸의 염(의약품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쓰이는 성분)을 변경해 개발한 약으로 리덕틸의 주성분이 `염산 시부트라민'인데 반해 슬리머의 주성분은 `메실산 시부트라민'으로 별개의 품목인데도 의약품 당국이 국제법을 과대 해석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