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2대 수출시장이자 거대 단일시장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우리 경제에 국내총생산(GDP) 및 고용 증대, 무역수지 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EU FTA는 구조조정 비용이 적고 농업과 수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아 한미 또는 한일 FTA보다 한.EU FTA를 맺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12일 오후 시내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리는 '한.EU FTA 경제적 효과' 세미나를 앞두고 주제발표를 맡은 학자들은 11일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한.EU FTA의 거시경제적 효과와 산업별 영향 등을 평가했다.

◇ EU와 FTA 체결시 GDP 24조원 증가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은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일반균형예산(CGE) 모형을 통해 거시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EU와 FTA를 체결하면 우리경제는 장기적으로 취업자수 59만7천명, GDP 24조원, 1인당 국민소득 48만원 등의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장기적으로 무려 110억4천만달러, 수입은 81억9천만달러가 각각 확대되고 무역수지는 28억5천만달러 가량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 팀장은 이번 추정치는 자본축적효과를 고려한 수치로 2004년도 실적치를 기준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EU는 미국 및 일본과 산업구조가 유사해 한미 FTA, 한일 FTA 체결은 EU의 생산 및 무역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EU와 FTA를 추진할 때 이러한 사실을 중요한 협상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제조업중 기계.정밀기기 '민간산업군'


이창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무역기구(WTO)팀장은 '한.EU FTA의 효과-제조업 부문' 보고서에서 한국과 EU는 기본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교역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 제조업의 전체 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14.7%로 전(全) 산업 비중인 13.9%를 웃돌았다.

한국 제조업의 전체 수입에서 EU가 점하는 비중도 14.9%로 전산업 비중 11.1%를 상회하고 있다.

이 팀장은 한국과 EU 회원국간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민간산업군(보호대상 산업군) 후보군은 시멘트.유리, 기계, 정밀기기, 기타 제조업 등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다만 시멘트.유리는 우리나라 수입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한.EU FTA로 국내 충격이 큰 민감산업은 기계 및 정밀기기 등 기계류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자동차는 한국과 독일, 한국과 스웨덴이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한.EU FTA 농업 영향 크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어명근 연구위원은 '한.EU FTA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현재 상호 교역이 이뤄지는 품목의 관세가 철폐되면 EU산 농림축산물의 연평균 수입액은 10억3천만달러로 12.3%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의 대(對) EU 농림축산물 수출도 4천만달러로 6.0% 증가하는데 불과할 것으로 추정됐다.

어 연구위원은 "일반균형예산 모형 분석으로도 EU와의 FTA 체결은 우리 농업부문의 GDP를 1.1∼1.6% 줄이는 영향밖에는 없을 것으로 나타났다"며 "거의 영향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EU가 다른 나라와 맺은 FTA를 보면 농산물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신축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줬다"며 "충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미국보다 EU와 먼저 FTA를 맺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 수산업 수출.수입 증대 영향 미미

김남두 강릉대학교 교수는 '한.EU FTA의 수산부문 영향과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한.EU FTA가 체결되더라도 우리 수산업의 EU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EU의 가공수산물 45개 품목 중 32개 품목의 관세율이 20∼26%로 매우 높아 FTA로 관세가 대폭 인하되면 가공 수산물의 EU 시장 수출 증가는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수산자원 고갈과 생산요소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대부분 품목에서 생산능력 및 국제시장 경쟁력이 단기간에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역시 우리나라가 EU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품목인 골뱅이는 이미 수입시장의 95%를 EU가 점하고 있고 냉동 고등어도 주요 수입상대국인 노르웨이와 이미 FTA 협정을 체결해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다만 EU는 수산부문에서 선진기술과 제도를 갖고 있는 만큼 FTA 체결시 수산자원 관리, 어구.어법 기술, 수산가공 기술, 수산물 위생검역 제도 등의 분야에서 협력과 기술이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