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골퍼들의 슬럼프는 소리 소문 없이 이유도 모른 채 불쑥 찾아오지만 언제 헤어날지 기약도 없다.

한때 타이거 우즈(미국)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세계랭킹 1위를 다퉜던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2002년부터 겪고 있는 끝모를 침체는 `미스터리'로 불리고 있기까지 하다.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도 이러한 `마법'같은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메이저 사냥꾼' 카리 웹(32.호주)이 그렇고, 한국의 LPGA 투어 진출 1세대인 김미현(29.KTF)과 `골프 여왕' 박세리(29.CJ)도 그랬다.

그런데 묘하게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반 LPGA 투어를 호령했던 이들 황금세대가 올들어 차례로 `전염병'같은 슬럼프를 씻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LPGA 명예의 전당 입회가 확정된 박세리는 12일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2004년 5월 미켈롭 울트라오픈 우승 후 2년1개월만에 통산 23승을 올렸다.

웹과 연장 첫번째 홀에서 기가 막힌 '탭인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차지한 우승이었기에 감동은 더욱 짜릿했다.

2년여 마음 고생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박세리에게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반짝 부활'이 아닌 슬럼프의 `완전 탈출'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이 예사롭지는 않은 것을 보면 전성기 기량 회복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박세리는 3라운드후 인터뷰에서 "샷이 110% 회복됐다.

우승을 하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스스럼없이 피력했다.

이번 대회 박세리에게 아쉽게 연장에서 패한 웹과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린 김미현도 올 시즌 `마법의 주문'에서 깨어난 선수들이다.

1999년과 2000년 투어 상금왕을 잇따라 차지했던 웹은 2003년부터 원인 모를 부진에 빠졌다가 지난 4월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웹은 이어 5월에는 미켈롭울트라오픈을 제패하더니 이번 대회에서도 박세리와 우승 경쟁을 다투는 등 `제2의 전성기'가 도래했음을 과시했다.

김미현도 이달 초 진클럽스앤드리조트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다시는 인연이 없을 것만 같았던 우승컵이 3년9개월만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김미현은 맥도널드챔피언십에서도 거의 우승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만큼 예전의 위력을 되찾은 모습이다.

이들 황금세대는 남녀 투어의 성벽을 허물고 있는 위성미(17.나이키골프)를 포함해 폴라 크리머(20.미국), 모건 프레셀(18.미국), 미야자토 아이(21) 등 투어 무대를 활보하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신예들을 향해 마치 `우리 죽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 하다.

박세리는 웹과 김미현이 잇따라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재기에 대한 의지를 더욱 다졌다고 말해 `마법'에서 깨어날 수 있는 자극제가 됐음을 시인했다.

슬럼프 탈출을 서로 도운 결과가 됐다.

어쨌든 이들이 앞으로 투어대회 챔피언조에 자주 등장하게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불러모은다.

한편 1999년과 2000년 웹이 전성기였을 때 반대로 슬럼프를 맞았던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26.스웨덴)이 올들어 난조를 보이는 것도 묘한 일이다.

슬럼프는 몇 번씩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렌스탐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