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사베인스-옥슬리법(2002년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의 대규모 회계조작 사건 이후 기업의 내부 통제 강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도는 좋지만 목적 달성에는 실패할 것"이라거나 "이익에 비해 비용이 과도하다"는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대공황기인 1933년 증권법이 제정됐을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증권법은 지금 미국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인내심을 갖는다면 사베인스-옥슬리법도 증권법처럼 미국 자본시장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기업의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한 법 조항이) '비용 대비 이익이냐,손해냐'로 요약된다.

한 중소기업 단체는 올해초 '손해가 크다'며 소규모 기업들을 법 적용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의원들도 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의회에 제안해놓은 상태다.

반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회계감독기구(PCAOB)는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신 이들 규제당국은 중소기업의 사정을 감안해 내부통제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회계업계에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규제당국이 이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상장기업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는 분명 이익이다.

2004년 이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미국 기업 7개 중 1개꼴로 내부통제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규모 기업의 경우 이 비율은 5개 기업 중 1개꼴로 높아진다.

이 같은 사실은 경영진으로 하여금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하고 부실한 내부통제가 회계 조작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데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듦으로써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들도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돼 투자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규모 기업의 내부통제 비용은 2004년보다 31% 감소했으며 대기업의 경우 감소 비율이 44%에 달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테크닉이 발전할수록 이 비용은 더 감소할 것이다.

특히 규제당국이 마련중인 보완책은 1930년대 이래 미국 자본시장의 근간이 된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강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기업들의 내부통제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 자본시장의 훌륭한 유산을 보호하고 장려하는데 많은 주의를 기울여왔다.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둘러싼 최근 논쟁에서도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이 글은 세계적 회계법인인 딜로이트투시 미국 법인의 제임스 H 퀴글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제발 인내심을 가지세요(Please Be Patient)'라는 글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