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 < 유앤파트너즈 대표 susie@younpartners.com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시절 일이다.

당시 쥐 한 마리가 대통령 집무실 벽 안에서 죽은 일이 발생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해 곧 있을 외국 대사와의 면담을 우려할 정도였다.

그런데 총무부에서는 쥐가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온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자기 관할이 아니라 했고,내무부에서는 쥐가 백악관 안에서 죽었기에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카터는 양측 실무책임자를 불러 "대통령이 죽은 쥐 하나를 내 방에서 치울 수 없냐?"며 대로했고 결국 죽은 쥐는 총무부와 내무부의 합동반에 의해 해결됐다고 한다.

이 사건은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적 사고를 꼬집은 유명한 일화로,그후 1978년 공무원의 체질 개선을 위해 민간인 출신의 공무원 채용을 법제화한 '민간인 공무원 서비스 개혁법'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년 전 공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H사로부터 '낙하산의 줄을 끊겠다'며 '사장 공채대행' 의뢰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채용에 공정성을 기하고 능력 있는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외부 기관에 의뢰했다는 것이다.

공모 방식을 병행하여 외부로부터 추천을 받고 직접 유능한 적임자를 찾기도 했다.

자천,타천을 통해 응모한 32명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그리고 경영계획서를 상·중·하로 평가해 추천한 후 평판조회와 면접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최종적으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서류심사를 거쳐 10여명의 후보자가 선정되었고,그후 면접을 통해 사장을 선출했는데 결과적으로 필자의 회사가 최고라고 평가한 응시자가 낙점을 받았다.

지금은 민간 기업의 스타급 CEO들이 공사 사장으로 임명돼 혁신적인 성공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기사가 나기도 하지만 당시만 해도 공기업에서 공모를 통해,더구나 15명의 추천위원의 객관적인 평가에 따라 사장 선임작업이 이뤄져 그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미 재무장관 자리에 월가에서 인정받았던 금융인인 골드만삭스의 CEO 폴슨이 지명되었다.

국내에서도 오는 7월1일부터 고위 공무원단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무원 계급제의 근간을 허무는 내용으로 공직사회 전체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항간에서 말하는 50년 동안 이어진 연공서열인 철밥통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계급제의 틀을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바꿔 능력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받으며 일을 못하면 퇴출될 수 있도록 했다.

또 20%는 민관 사이의 경쟁 선발을 통한 개방형직위로 외부에 개방해 인사권자의 재량 남용 소지를 줄어들게 했다.

두 사람이 서로 발을 묶고 호흡을 맞춰 뛰는 2인1조 경기처럼 정부와 경제,그들은 항상 함께 뛰어야 하는 관계다.

정부의 세계화를 향한 발빠른 행보에 우리 경제가 함께 발전하길 간절하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