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를 맞아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평당 3000만원짜리 고급 실버타운까지 등장할 정도다.

실버타운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다는 메리트가 있지만,다른 부동산 상품과 달리 복지시설로 분류되고 거주자격에 엄격한 제한이 있는 등의 특성이 있어 섣부른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분양률과 입주율이 저조한 경우가 많아 자칫 투자에 나섰다가는 투자자금을 못 건질 위험도 크다는 분석이다.

○낮은 분양률에 입주 지연 속출

12일 업계에 따르면 A건설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분양한 아너스벨리는 입주가 당초보다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원래 지난해 9월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분양률이 낮아 올 하반기로 입주가 미뤄진 것.회사 관계자는 "분양률이 70%를 간신히 넘어선 상태"라며 "일단 입주를 시작한 뒤 미분양을 해소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은평구에서 분양한 B건설의 클라시온도 반년이 지나도록 분양률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저조한 분양률이 입주 시점까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실버타운 운영 자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 제공을 비롯한 제반 운영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실버타운에서 입주율이 낮을 경우 운영사의 부실로 이어져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남 합천에 지어진 C실버타운은 입주율이 낮아 운영비용이 불어나자 운영업체가 손을 떼버려 입주자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부진한 분양으로 업체들이 내세우는 시세차익도 공수표가 되는 경우도 많다.

실버타운 전문개발업체인 서울시니어스타워 정갑군 이사는 "실버타운은 입지가 좋고 운영이 잘 이뤄지는 곳이라도 분양가 이상으로 매매가격이 오른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정부,용적률 축소 추진

업계에서는 이처럼 실버타운의 분양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해 택지난이 심각한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사전 시장분석 없이 무작정 공급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버타운은 복지시설로 분류돼 용적률 등에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데다 주택을 지을 수 없는 녹지지역 등에서도 분양이 가능하다는 이점만을 고려해 분양이 잇따른 결과 공급이 과잉상태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초기 분양률 50% 이상이면 성공한 사업"이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을 정도다.

또 실버타운의 상당수가 복지시설로서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와 서울시는 각각 국토법 시행령과 시 조례를 개정해 현재 준공업지역에서 400%까지 적용되는 실버타운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250% 선까지 낮출 계획이다.

편법 분양도 문제다.

일부 시행사들은 사업 초기에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다는 장점만 홍보할 뿐 실제 거주가능 연령이 60세 이상으로 제한되는 점 등 분양하는 데 불리한 측면은 숨기고 있다.

실버산업 전문가포럼 김이진 전문위원은 "실버타운은 노인들이 생의 마지막을 의탁하는 복지시설이란 성격이 강한 만큼 건설업체는 물론 수요자들도 개발이익만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