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본협상에 들어갔지만 이를 바라보는 찬반론자들의 시각은 계속 극과 극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국제경제학회 주최로 15~16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개방화의 경제적 파장과 경제정책' 세미나에서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과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한미FTA의 효과와 부작용'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세미나에 앞서 13일 공개한 주제발표 논문을 통해 한미FTA 찬반론자 사이에 벌어져 있는 시각차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
이 원장은 한미FTA가 서비스 산업의 육성,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한국 경제의 선진국 도약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수출시장의 안정적인 확보, 한미간 외교.안보관계 강화,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 서비스산업 등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 등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생산성 증대효과까지 반영해 일반균형연산(CGE) 모형을 통해 추정한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7.75% 늘어날 것이라는 KIEP의 종전 분석결과도 소개했다.

아울러 작년초 한일간 FTA 논의가 중단되는 등 FTA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유럽연합(EU)은 우리와의 FTA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중국은 농산물의 민감성 때문에 섣불리 대화하기 어려웠다고 한미FTA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 논리도 덧붙였다.

또 한미FTA 선언이후 EU가 한국과의 FTA에 관심을 보이는 등 한미FTA는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수행, 우리의 동아시아 비즈니스 허브 구축에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개방의 이익을 영위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추진할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제도의 선진화 등이 협정의 구속성에 기반을 둔 투자자의 분쟁 제기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역으로 대외신인도 하락, 외국인 투자 감소 등도 있을 수 있다"며 선제적인 해결 노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또 "준비가 안 된 개방은 큰 피해를 낳을 수 있고 FTA를 통한 개방 자체가 경제발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면서 대외 개방과 함께 대내 개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개방이라는 기회의 확대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내 구조개혁과 미래 산업발전 비전과 연계돼야 궁극적인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효과 불투명..공감대 없는 추진안된다"
이에 반해 윤 교수는 이득보다는 실이 많은 FTA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율이 이미 낮은 점 등을 볼때 대미 수출 증가 논리는 무리한 측면이 있고 미국의 경제, 사회 시스템이 여과없이 국내에 적용되면 사회 갈등구조만 고착화할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에 반대하는게 미국 입장인 점을 볼때 한미 FTA는 한반도가 동북아 경제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는 것"이라며 "미국 기업에 동북아 거점을 제공, 이익을 향유하겠다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FTA협상의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쇠고기 수입재개 등을 4가지 전 제 조건으로 수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대내 갈등을 조정할 능력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며 이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고민하기 보다는 매도하면서 긍정적인 부분만 집중 홍보하는 오만함이 우리 사회를 갈등구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멕시코의 사례와 관련, 농업인구 비율이 1990년대 25%에서 2001년에는 19%로 줄고 옥수수의 경우 지난 11년간 도매가격은 197% 올랐지만 유통망을 카길 등이 장악하면서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아는 698%나 상승, FTA의 소비자 후생 증대 논리에 정반대 현상도 빚어졌다고 소개했다.

또 협정문 초안의 투자자-정부간 소송제도에 대해서는 투기 자본이 한국 정부의 규제에 대해 기업 이익을 침해했다는 명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한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공공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FTA가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추진되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지금 추진해서는 안 되며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 신중하게 추진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