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지난해 8월 핵활동 재개를 선언한 이후 이란 핵문제는 국제 원유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주목받았다.

국제사회의 평화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란 공격설'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10개월이 넘게 난항을 거듭해온 이란 핵문제는 지난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회원국과 독일(P5+1)이 단일 핵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외교적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란의 최종 선택이 남아 있어 불안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까지 치솟게 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이란 핵문제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OPEC 2위 산유국의 힘

이처럼 이란이 석유시장과 유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비 OPEC 회원국까지 포함해도 이란은 사우디,러시아,미국에 이어 4위다.

이란의 하루 석유생산량은 408만배럴로 세계 석유생산의 약 5%를 차지한다.

이란은 이 가운데 260만배럴을 수출한다.

5%의 비중은 그다지 큰 수치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세계 석유 잉여생산능력이 150만배럴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란이 석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 석유시장은 커다란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산유국의 힘을 앞세워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청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개발을 계속했다.

이런 거침없는 이란의 행보를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요인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 1700만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입구의 작은 섬 아부무사를 점령하고 있는 이란군이 이곳에 유조선 두척만 침몰시켜도 다른 선박은 지나갈 수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운반되는 중동의 석유가 지나는 이곳이 일시적으로라도 봉쇄되면 석유시장은 대혼란을 겪게 된다.

○국제유가 전망은

이란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의 원인은 적지 않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에너지 블랙홀'로서 석유자원을 빨아들이고 있고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이 불안한 것도 유가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OPEC 의장이자 나이지리아 석유 장관인 에드문드 다우코루는 "국제 기름값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은 배럴당 70달러 선"이라며 "만약 시장에서 더 많은 생산량이 요구된다면 우리는 더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OPEC은 지난 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회원국 각료회의를 열고 하루 2800만배럴의 산유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OPEC이 국제유가의 폭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석유시장에선 각종 불안 요인들이 끊이지 않고 불거지면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한발 더 나아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이 이뤄진다면 이란이 즉각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의 유전과 정유시설을 보복공격,유가는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