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 문화부 스포츠팀 부장 >

역설적일지 몰라도 독일월드컵 축구대회가 이제 시작인 시점에서 '월드컵 이후'가 걱정이다.

이번 월드컵의 끝뿐 아니라 4년,8년 후의 월드컵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한국축구가 52년래의 염원이었던 '해외 첫승'을 이뤘다고 해도 그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스위스전에 전력을 쏟아 16강 문턱을 넘는 일이 급선무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과에 상관없이,이 기회에 한국축구의 근본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한국축구는 독일대회전까지 여섯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다.

그 가운데 16강 이상에 오른 것은 한·일월드컵 한 차례뿐이었고 다섯 차례는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 근본적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한국축구는 2010년에도,2014년에도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것은 먼저 흥분을 가라앉히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기면 띄워주고 지면 밟아버리는' 냄비근성부터 반성해야 한다.

첫 경기인 토고전에서 역전승을 거두었기에 많은 국민들이 들떠 있다.

16강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남은 두 경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국의 한 언론은 "한국축구는 국가대표 경기가 전부다"라고 꼬집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한·일전 등 국가대표들이 출전하는 A매치가 열릴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 그외 경기는 '관심밖'이라는 얘기다.

한국축구의 치부를 이처럼 꼭 집어낸 말이 또 있을까.

국내축구 최고의 무대인 K리그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K리그의 게임당 평균 관중수는 1만1972명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1만명이 채 안된다.

어느새 우리의 '라이벌'이 된 일본프로축구 J리그는 지난해 평균 관중수가 1만8765명이었고,독일의 분데스리가는 무려 3만5000명이었다.

관중수가 그 나라의 축구기량을 나타내는 잣대는 아닐지라도,일본축구가 몇 년 새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축구의 저변이 넓고,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보는 사람이 없는데,선수들이 어떻게 흥을 내겠는가.

한국이 토고에 이겼지만,16강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고 하여 감독과 선수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축구의 수준은 그 정도'라거나 '축구는 그저 축구로서 즐기면 된다'는 식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얼마전 평가전에서 '역주행'(상대 진영으로 가지 않고 한국 진영으로 후퇴하는 것)을 했다 하여 한 선수에게 '사이버 테러'를 가한 것과 같이 특정인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행위는 한국축구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4년,8년 후 월드컵에서 한 단계 성숙한 한국축구를 보려면 '기본'을 중시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기본을 잘 갖춰야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스포츠에서 공통된 진리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어렸을 때부터 학업은 전폐하다시피하고 축구에만 매달리는 일은 득보다 실이 많은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축구는 발로 하는 스포츠이지만,'머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느 한계를 벗어날 수 없게 마련이다.

독일월드컵은 초반이지만,'축제'의 끝을 생각하고 그에 대비하는 성숙한 자세가 긴요한 시점이다.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