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鍾範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앞으로 40년 후면 지금 20대 젊은이들은 은퇴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대로라면 이들에게 줄 연금이 없다.

아니 줄 수는 있다.

지금 10대부터 앞으로 태어날 세대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금의 9%에서 30% 정도로 올려 받으면 된다.

왜 이런 비극이 생기는가? 한마디로 '조금 내고 많이 받는' 후한 국민연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험료로 낸 것에 비해 연금으로 받는 비율인 수익비가 무려 2.4 정도다.

그 어떤 장기 보험상품도 수익비가 1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수치다.

그런데 왜 못 고쳤나? 한마디로 연금문제를 사실대로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 늘 정치공방의 대상으로만 삼았기 때문이다.

연금기금 고갈 가능성을 우리 국민이 알게 된 건 꽤 오랜 일이지만,그 이유에 대해서 솔직히 말해준 정치인은 드물었다.

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정부안과 한나라당안을 비교해보자.정부안은 보험료를 15.9%까지 높이고,40년 가입기준으로 연금급여수준을 50%로 낮추는 안을 내놓았었다.

한편 한나라당안은 우선 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고,기초연금은 현재 연금 사각지대를 포함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재원은 일반회계, 즉 세금으로 조달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는 9%에서 7%로 낮추고 급여수준을 40%로 낮추자는 안이다.

최근에 보건복지부는 한나라당안을 대폭 받아 들였다면서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원래 정부안에 비해 보험료는 덜 높여서 12~13% 정도로 하고 급여수준은 한나라당과 같이 40%까지 낮추는 것으로 돼 있다.

또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안과 비슷한 형태라면서 '기초노령연금제'를 제시했다.

얼핏 보면 이번 복지부안과 한나라당안은 상당히 근접해 금방이라도 합의점을 찾을 것만 같다.

그러나 여전히 두 가지 점에서 복지부안과 한나라당안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첫째, 한나라당안은 현재의 연금구조를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분리하는 반면, 복지부안은 기존 통합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둘째, 명칭은 비슷하지만 복지부가 새로 제안한 기초노령연금제는 기존의 경로수당을 확대하는 것으로서 연금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의 경우 기존 연금체계를 이원화하면서 여전히 연금체계내에 두고 있다는 점과는 사뭇 다르다.

어쨌든 이제는 끝을 내야 한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개혁안만 해도 열 개가 넘을 정도라서 어떤 형태로든 접점을 찾아 연금개혁의 대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

'연금재정안정화'와 '사각지대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제시하는 대타협안은 한나라당 안을 기초로 하되, 재원소요를 대폭 줄이기 위해 기초연금의 대상을 대폭 줄인 뒤 그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정소득 이상의 고소득층 배우자는 당분간 대상에서 제외시키자는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안의 뿌리는 1997년 구성된 국민연금개선기획단의 권고안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전문가와 이해집단이 1년 정도 머리를 맞대고 짜낸 안이 바로 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고 급여를 40%로 줄이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금체계의 이원화는 세계은행 OECD, 그리고 ILO와 같은 대부분의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안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타협의 전제는 여야와 정부 모두가 연금으로 그 어떠한 정치적 이익을 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연금 대타협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으로 연금개혁을 미루고 있는 하루하루가 지금 20대 이하 청소년의 미래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