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이 여자만을, 이 남자만을 사랑하겠습니다.'

굳게 마음 먹고 시작한 결혼 생활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흥미를 잃어간다.

'6개월이면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태 변화가 갈수록 빨라지는 세상에서 한평생 한 남자,한 여자만 바라보고 즐겁게 잘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는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중년들은 '우리도 이담에 저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러기 위해선 나이 들어가면서 배우자를 음미(?)하는 법을 바꿀 줄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젊어서는 그저 상대의 성적인 매력에 빠져 격정적인 정복의 섹스를 했다면, 서로를 깊이 알아갈수록 인생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살과 마음을 나누는 행복한 섹스를 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수많은 중년 부부들로부터 '각자 다른 이불을 덮고 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주 편하고 좋아. 진작 그럴 걸 그랬어" 하면서 심지어 후회까지 하는 부인도 심심찮게 본다.

하기사 예전엔 부인은 안방에서,남편은 사랑방에서 따로따로 기거하였다. 언제부턴가 같은 방,같은 이불 속에서 팔 베개에 콧김까지 맡아가면서 자게 되었다. 남녀가 섹스를 넘어 스킨 십의 묘미를 터득하게 되면서 안방과 사랑방이 합쳐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부부는 한이불 속에서 부대껴야 해." 옛날 어르신의 말씀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진리다.

중년 남녀들이 모처럼 스킨 십을 복원할 기회가 왔다. 온 나라가 월드컵에 빠져들면서 그동안 서로 소 닭 보듯이 해 오던 아저씨 아줌마도 오랜만에 젊은 기분을 내 보려는 용기를 낸다. 4년 전에 입었던 '비 더 레즈' 빨간 티셔츠를 꺼내 입고 어색함을 무릅쓴 채 도깨비 뿔 하나씩 사서 머리에 쓰고 나섰다.

아저씨는 아줌마보다 서너 발자국 앞서 간다. 어차피 같은 곳(시청 광장)을 향해 가는데 몇 발자국 먼저 가고 싶을까? 가다가 횡단보도가 나오니 뒤돌아서서 아줌마의 손을 잡아끈다. 아줌마를 아직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가 보다. 손을 잡힌 채 따라가려니 거의 매달리다시피해 뛰어야 했다. 다 건너가서 아줌마에게 하는 말,

"전기 올라?"

"전기는커녕 가랭이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았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쏘아붙였지만 아줌마 역시 야릇하고 작은 떨림이 참 좋았다. 아저씨 역시 모처럼 아줌마 손을 잡아 보고 아주 잠깐이지만 연애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결혼하고 나면 서로 손 잡을 일이 없다. 오죽했으면 '가족끼리 남 보는 데서 손 잡으면 쌍놈소리 듣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까. 이러면서도 밖에서 또 다른 손을 찾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세태다. 마치 개미가 자기 분수에 넘치는 크고 맛있는 먹이를 어렵사리 물어다 놓자마자 또 다른 먹이를 찾아 나서는 거와 똑같다.

그러다가 월드컵 덕분에 몇 년 만에 손을 잡았으니 짜릿할 수밖에…. 얼마나 오래 안 했으면 단순한 손 잡음에 아줌마와 아저씨가 새로운 맛을 느낄까?

하필 손만 그럴까? 섹스도 마찬가지다. 결혼 이후 만날 같은 패턴만 답습하다 보니 10년만 지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는 시간에서부터 순서까지 뻔하다. 중년 남자의 섹스는 흡사 헌병의 검문 같다. 민통선 안으로 버스가 들어갈 때 헌병은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라며 거수 경례하고 버스 안으로 들어온다. 한 번 휘 둘러보고 멋적게 내려간다. 버스 승객은 헌병의 의례적인 검문에 워낙 익숙해서 들어오든 나가든 신경도 안 쓴다.

중년 부부들이여,월드컵 응원하러 모처럼 길거리로 나온 김에 가까운 모텔이라도 찾아 보라. 월드컵 응원 복장처럼 섹스도 파격을 시도해 보라. 손도 오랜만에 잡으면 짜릿한데 오래 손길이 안 간 속살이야 오죽하겠는가. 허벅지 안쪽,무릎 뒤쪽,발가락 사이사이가 성감대라는 걸 아시는지….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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