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급진전하고 있다.

지난 15일 대검 중수부는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외에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의 신재하 전무(현재 보고펀드 공동 대표) 부인,금융 로비스트 김재록씨와 관련된 김모씨(54) 등의 외환은행 계좌도 함께 추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된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역시 론스타 관련 핵심 수사 대상이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당시 주변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오는 19일 감사원이 외환은행 매각 의혹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 관련자들에 대한 줄소환에 나서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확대되는 검찰 수사

이 전 부총리 등에 대한 계좌 추적과 출국금지 조치는 검찰이 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저인망식 수사'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날 대검 중수부가 계좌를 추적한 4명엔 이 전 부총리와 부인 외에 매각주간사 모건스탠리 신재하 전무의 부인도 포함돼 있다.

신 전무는 특히 2003년 7월15일 외환은행 매각을 논의하는 이른바 '10인 비밀회의'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당시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과 이달용 부행장,청와대 주형환 행정관 등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혐의 드러나면 일파만파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6일 브리핑에서 이 전 부총리 등에 대한 계좌 추적과 관련,"혐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하나하나 확인해 가는 과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 전 부총리와 가족의 계좌 추적에 나선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이 전 부총리는 재경부 장관을 두 번이나 지냈을 정도로 거물인 데다 재경부와 금융계에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끈끈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검찰의 이 전 부총리에 대한 계좌 추적은 2002년 말 외환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10억원을 2003년 중 갚는 과정에서 상환 자금의 출처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고 이 전 부총리는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장법률사무소의 고문이었다.

이 전 부총리의 금융 거래에서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이상한 돈 거래' 혐의가 발견되거나 재경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 등이 드러난다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음달 말 수사 마무리될 듯

검찰 수사는 다음주 초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의혹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감사원은 그간의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핵심 관련자들의 검찰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검찰은 수사 의뢰를 받은 관련자들을 이르면 다음주 말부터 줄줄이 소환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관련자들의 계좌 추적 등 내사가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는 급진전될 수 있다.

차병석·김병일·유병연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