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풍'이 확산되면서 가전 DMB 식음료 콘도 영상장비 렌털 등 관련 업종 기업들이 특수(特需)를 누리는 반면 출판 영화 의류 건설 등 상당수 분야는 급격한 수요 감소의 역풍을 맞고 있다.

월드컵 관련 몇몇 분야에 소비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TV 중계 시청'과 대체관계에 있는 서적 영화 문화행사 등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 중계에 매달리면서 아파트 청약 현장까지 썰렁해지고 붉은 티셔츠 외에는 의류 구매 수요도 뚝 떨어지는 등 곳곳에 불똥이 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가뜩이나 환율 불안과 유가 급등세,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적지 않은 '월드컵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영상가전 유통 식음료 외식 등의 업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못지 않은 특수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분기 월간 30만8000대 수준이던 삼성전자 LCD TV 판매량이 5월에는 40만대를 기록,32%나 늘어나는 등 LCD와 PDP 등 신형 TV를 중심으로 영상가전 제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상파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단말기도 지난 15일 현재 보급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 5월 말까지 86만2878대가 보급됐으나 월드컵의 달인 6월에 접어들자 2주 만에 무려 14만대 이상이 팔려 나갔다.

맥주와 청량음료,아이스크림,치킨 등도 월드컵 중계 시청 수요와 비례해 높은 신장세가 이어지고 있고,할인점 편의점 백화점 등도 각종 할인 특가 행사 등에 힘입어 매출이 늘고 있다.

주택가 찜질방과 시내 오피스 집중 지역의 고급 사우나도 새벽 경기 시청을 위한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콘도미니엄은 이번 주말 새벽에 열리는 스위스전(24일)을 야외에서 관람하기 위한 고객들의 방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도권 일대 예약률이 평균 80%를 넘어섰다.

대형 스크린 렌털 업체들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못지 않은 길거리 응원이 재연되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이미 확보해 둔 물량이 동나 예약 접수를 마감했을 정도다.

반면 출판 영화 등 문화계와 건설업계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이달로 예정돼 있던 아파트 분양을 7월 이후로 잇달아 연기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거품 끄기 정책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건설업계에 월드컵 영향까지 겹치면서 올 하반기에는 문을 닫는 주택건설업체들이 나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출판업계도 이달 들어 서적 판매량이 평년에 비해 30~50%나 급감하면서 신간 발행을 연기하는 등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교보문고는 신간 입고 종수가 올 들어 하루 평균 204종이었으나 이달 들어 170여종으로 줄었고 일일 매출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업계도 월드컵 경기 쏠림 현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

관람객이 쑥 줄어들자 매달 29~39편씩 쏟아내던 개봉작을 이달에는 16편으로 절반가량 줄였다.

이처럼 지나친 소비 쏠림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칫 한 달 동안 온 국민의 관심을 빼앗은 '축제의 장'이 막을 내린 뒤 불어닥칠 후폭풍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드컵 호황을 누리고 있는 TV와 DMB 등의 경우도 연말 '크리스마스 특수' 몫까지 앞당긴 데 따른 '가불(假拂)' 후유증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유가와 환율 불안에 월드컵 후유증까지 겹칠 가능성에 대비한 정부와 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