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 사는 A씨는 요즘 월드컵 축구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지난달 큰 마음을 먹고 장만한 고화질(HD) TV가 제몫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A씨는 디지털 케이블TV를 통해 유명 축구선수들의 땀방울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보면서 생동감을 만끽하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 고화질 방송 혜택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양방향 데이터방송도 A씨가 좋아하는 재밋거리다.

실시간으로 각종 경기관련 데이터를 검색하는데 인터넷에 접속할 필요가 없다.

TV 하나로 충분하다.

안방에서 TV를 통해 주민등록등본 등을 떼는 T정부도 가능하다.

TV 드라마를 보다가 리모컨을 눌러 피자를 주문하면 30분 안에 배달된다.

TV 보면서 돈 관리나 재테크를 하는 TV뱅킹과 TV주식거래도 가능해졌다.

이 정도면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케이블TV가 '스마트 TV'로 일대 변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TV로 즐기는 월드컵

A씨가 즐기는 HD나 양방향 서비스는 바로 데이터 방송 시범서비스들이다.

주요 케이블TV 방송국들은 지난 5월부터 7월9일까지 디지털 케이블TV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양방향 데이터 방송을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이 기간에 HD TV 수상기를 갖고 있는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는 지상파방송이 제공하는 HD채널을 수신할 수 있다.

지역 케이블TV 방송국(SO)에 지상파 HD채널 수신이 가능한 상품을 안내받아 설치하면 된다.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를 받으려면 월 2만6000원을 내야 한다.

한운영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 센터장은 "디지털방송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방송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월드컵과 관련된 각종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 관전의 재미를 더하기도 하고 경품 당첨의 행운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 1300만명에 이르는 케이블TV 가입자 가운데 디지털 가입자는 10만여명(5월말 현재)에 불과하다.

케이블TV 방송국들은 디지털 가입자를 늘린 뒤 데이터방송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T뱅킹 T정부 T커머스

케이블TV 방송국 중 가장 먼저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곳은 CJ케이블넷이다.

CJ케이블넷은 양천방송 등을 통해 지난 2월 '쉽고 편하게 즐기는 양방향TV'을 모토로 디지털방송을 시작했다.

역동적이고 색다른 디지털 서비스란 뜻의 '헬로디(Hello D)'란 이름도 지었다.

주문형비디오(VOD),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보내기,영화예약,노래방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케이블에 이어 다른 케이블TV 방송국도 각각 지역 특성에 맞게 주력서비스를 정하고 가입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큐릭스는 집안에서 즐기는 노래방을, 씨앤엠디지털은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한 라이브러리를,제주방송은 금융포털서비스를 주력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케이블TV 방송국 HCN은 각종 민원업무와 서류발급을 리모컨 하나로 해결하는 TV공공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TV화면을 통해 구청 홈페이지를 그대로 볼 수 있고 민원상담까지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초를 시작으로 동작 관악 청주 부산 대구 등으로 TV 공공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안방에서 리모컨만 눌러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TV주식거래 시스템도 나온다.

한국경제TV와 데이터방송 전문업체 아카넷TV,데이콤 등은 2년여 개발과정을 거쳐 한국경제TV를 보면서 주식거래와 각종 시세정보 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 시스템은 특히 TV보안·인증솔루션과 TV페이먼트(결제) 기술을 갖추고 있어 T커머스의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SD보다 5배 선명한 HD

케이블TV는 화질면에서도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화는 주로 표준화질(SD)급이었다.

그러나 CJ케이블넷 씨앤엠 큐릭스 등 케이블TV 방송국들은 오는 10월부터 HD TV 시청이 가능한 셋톱박스를 본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셋톱박스 업체들도 SD·HD 겸용 셋톱박스나 160기가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HD셋톱박스 등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D TV는 SD에 비해 5배 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며 "HD TV 셋톱박스에 대용량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붙이면 개인용 비디오리코더(PVR) 기능까지 갖추게 돼 케이블TV 서비스가 더욱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