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에 있는 대포동 미사일 2호에 액체 연료 주입을 끝내는 등 발사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적 행위'로 간주,북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응 수위 높이는 미·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 등과 협의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각국과 연대해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도록 북한에 요청하고 있으며 지금도 발사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합동으로 탄도포착에 나서는 등 사실상 실전대비 태세를 갖췄다.

미국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발사를 바라지 않지만 강행한다면 그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달 29일 전에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한편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발사시기 저울질

국내 민관 전문가들은 미사일에 주입된 액체 연료를 다시 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즉각 쏘기보다는 한동안 미국의 반응을 주시하며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발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미국의 반응을 보면서 적어도 금주말까지,길게는 이달 말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군사 문제 연구소인 비확산 연구센터의 추정에 따르면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2175~2670마일(3500~4297km)로 아시아 및 러시아 대부분,미국의 경우 본토는 아니지만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다.

정부,'신중하게 접근'

정부 역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으나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이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때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를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한 만큼 이번에도 같은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북한이 발사 준비를 하는 것이 군사용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연료 주입이 끝났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에 근거한 것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가 한반도 안보 상황이라기보다 '국제 정치적 문제'라고 규정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시각들은 "미사일이 설사 발사된다 해도 한국이 안보적으로 크게 위험이 고조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하면서 일반 국민에게도 그렇게 인식시켜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허원순·정지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