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펀드 매니저들은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승승장구하며 위로 치솟기만 하던 주가지수 그래프가 연초부터 급격하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작년 고수익을 기록하며 이름을 날렸던 '스타 펀드'들도 하락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배당주 펀드와 우량주 중심의 일부 상품 등 약세장에서 방어력이 좋은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다.

전문가들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증시가 3분기 이후부터 서서히 상승 추세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돼 하반기 펀드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스타일별로는 상승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성장주 펀드들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채권형 상품들도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단계여서 시점을 조율해가며 보유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것을 권했다.

○당분간 수익률 방어력에 초점

지난 16일 기준으로 올 들어 주식형펀드는 평균 12.44% 손실을 봤다.

유형별로는 초과수익을 노리는 공격적인 상품인 액티브펀드가 평균 12.76%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는 9.52%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평균 62%대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경험했던 투자자라면 쓴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초라한 성적표다.

개별 펀드별로도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을 낸 상품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상반기 펀드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한국운용의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클래스A'가 -2.70%로 수익률 수위에 올랐을 정도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우량주장기클래스A'(-3.59%) 우리크레디트스위스운용의 '프런티어장기배당주식1'(-4.30%) 한화투신의 '골드코스피50셀렉트주식1'(-5.54%) 등이 그나마 낙폭을 줄이며 10위권에 들었다.

연초 수익률이 부진했던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스몰뷰티주식'(-6.61%)은 2분기 이후 실적을 만회하며 8위에 올랐다.

상반기 채권형 펀드는 2∼3%대의 수익을 올리며 그나마 선방했다.

SH자산운용의 '탑스적립식채권1'(3.46%) 삼성투신의 'ABF코리아인덱스종류형채권클래스A'(3.20%) 동양투신운용의 '동양하이플러스채권1'(3.12%) 등이 3%대의 수익률로 '톱3'에 올랐다.

○증시 반등 땐 성장주 펀드 유망

길게 보고 투자할 생각이라면 최근 조정장세는 펀드 가입에 오히려 적기라는 지적이다.

특히 적립식펀드는 주가 조정기를 평균매입단가를 낮추는 시기로 활용해 향후 상승장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박승훈 한국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적립식펀드는 5년 이상 장기투자를 목표로 해야 하므로 장기 상승 추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지금이 저점 매입 시기로 적당하다"며 "특히 증시 반등세가 뚜렷할 경우 대형주와 경기 관련주 등이 많이 편입된 성장주 펀드의 수익률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서 증시는 3분기 말 또는 4분기 초부터 상승 추세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며 "배당주 가치주 등에 비해 소외됐던 성장주들이 최근 큰 폭의 조정을 받아 가격매력이 생긴 상황이어서 주가 반등 때 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거래가 시작되는 섹터 ETF(상장지수펀드)도 유망하다.

특정 업종지수를 추종하는 섹터ETF는 인덱스펀드와 유사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일반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채권형 펀드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윤 한국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하반기에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뚜렷해지기는 어렵겠지만 자금 이탈이 둔화되고 장기투자기관 중심의 사모펀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