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여름으로 인해 패션업계의 계절성 의류 판매 주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초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온 데다 10월까지도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각 패션업체들이 반팔 티셔츠·민소매 원피스 등 여름 의류 판매 마감(시즌 오프) 시기를 늦추는 대신 카디건·면 재킷 등 가을 상품 생산 계획량은 10~25%가량 줄여 잡고 있는 것.

패션업체들은 요즘 여름상품 추가 생산으로 분주하다.

이른 더위 때문에 4월 중순부터 팔려나가기 시작한 여름 의류의 사전 생산 물량이 매장에서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스띠벨리 쿨하스 등을 생산하는 신원은 전년도 판매량 등을 고려해 올 여름용으로 31만장의 반팔 티셔츠류를 기획 생산했다.

6월 중순을 넘어서며 이 물량이 모두 동나 최근 7만장가량의 '스폿 주문(반응 생산을 위한 일회성 주문)'을 넣어둔 상태다.

FnC코오롱도 6월 들어 여름 후반부 물량을 대거 추가 생산,전체 여름상품 생산량이 브랜드에 따라 전년 대비 15~28% 늘었다.

이처럼 여름 상품 판매율이 높게 나타나자 대부분 업체가 여름 상품 세일과 판매 마감 시기를 한 달가량 뒤로 미룰 계획이다.

반팔 티셔츠·핫 팬츠 등 여름 의류는 7월이 되면 20~30%씩 할인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올 여름 더위가 늦게까지 머물 것으로 예보되자,업체들이 추가 생산한 티셔츠 등을 늦더위가 이어지는 동안 가능한 한 정상가로 판매할 생각인 것.날씨에 따라 9월 중순까지도 매장에서 여름상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운 업체도 있다.

여름 상품의 판매 기간은 이처럼 무더위에 늘어난 엿가락처럼 길어졌지만,대신 가을 의류를 팔 수 있는 시기는 한 달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패션업체들은 가을 상품 생산 계획량을 최고 25%까지 낮춰 잡고 있다.

제일모직 LG패션 등 남성복 업체들은 카디건과 얇은 점퍼 등 여름 옷에 덧입을 수 있는 간절기 아우터류의 기획 물량을 일제히 줄였다.

대신 최근 팔림세가 좋은 반팔 '쿨 비즈니스 셔츠' 등은 7월까지 생산을 계속해 9월까지도 매장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대다수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도 7부 소매 블라우스와 원피스의 생산량을 줄이고,민소매·반팔 제품을 8월 말까지 주력으로 끌고 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더위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많은 업체가 가을 시즌 물량을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며 "이처럼 여름이 길어지는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의류 시장에서 봄·가을 시즌은 아예 사라질 판"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