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현대자동차에 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영풍기계 이일병 이사(46)는 "정몽구 회장 구속 이후 사회단체와 시민 등 15만여명이 나서 현대차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정작 같은 식구인 노조는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하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사는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불구하고 신형 아반떼 부품을 생산·공급하기 위해 큰 맘먹고 최첨단 고가 장비를 들여놓았는데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이 고가 장비를 마냥 놀려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19일 사측과의 임금협상 결렬을 이유로 쟁의발생을 결의하면서 전국의 협력업체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정 회장 구속과 고유가,환율하락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파업까지 벌일 경우 최악의 경영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역경제는 물론 국민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이 발벗고 나서 현대차 살리기에 적극 동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결코 회사와 노조의 소유물이 아닌 울산,더 나아가 국민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살리기 범시민서명운동을 주도했던 울산의 애울청년단 신상학 단장은 "현대차 없는 울산을 상상할 수 없듯이 회사 없는 노조 또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현대차 노조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현대차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는 아랑곳없이 예정대로 파업수순을 밟고 있다.

오히려 정 회장 구속 이후 현대차 살리기 서명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노조원들을 중징계하는 등 국민정서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노조의 이 같은 파업관행에 시민단체들도 더 이상 관대하지 않다.

지난 3월 '중도(中道)'를 표방하는 선진화정책운동(공동대표 서경석 목사) 회원 200여명은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현대차의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 이기주의"라며 임금동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노조규탄대회를 열었다.

현대차 노조 설립 이후 20여년 동안 해마다 파업을 벌이는 부끄러운 진기록 경신을 울산시민들은 결코 원하지 않고 있다.

울산=하인식 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