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돌연 연기된 것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및 공자위 매각심사소위원회 민간위원들이 '거수기' 역할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공적자금 관련 최고 심의기구인 공자위 매각소위와 전체회의를 이날 모두 소집해 각각 2시간 만에 대우건설 매각건을 승인받으려 하자 민간위원들이 반발한 것이다.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연기됨에 따라 정부와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신뢰성과 공정성은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우리가 거수기냐"

지난 9일 대우건설 입찰을 마감한 캠코와 공자위 사무국은 지난 주말 우선입찰대상자를 확정하고 20일 공자위 매각소위와 본회의를 모두 소집했다.

매각소위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전체회의는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로 예정됐고 발표는 3시30분께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매각소위가 열리자 민간위원들이 "정부가 2시간만 주고 각종 심사보고서 등을 검토하라고 한 것은 그냥 승인하라는 것이냐"면서 심의 자체를 미뤘다.

이들은 "매각소위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없으니 전체회의에서 판단하라"며 낮 12시30분께 소위를 끝냈다.

이어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매각소위에서 충분히 검토했어야 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소위에서도 검토조차 안 끝났다"고 안건으로 상정조차 않고 회의 자체를 연기했다.

특히 민간위원들은 "입찰가격 누출 등과 관련해 언론에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캠코측이 1시간에 걸쳐 입찰가격 보도 경위 등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구도는 안 바뀔 듯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연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자위원들이 선정안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기보다는 매각 절차에 대해 반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금호아시아나컨소시엄이 유력하게 꼽혔다.

금호아시아나는 입찰에 참가한 5개사 중 가장 높은 6조6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한 데다 비가격 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종합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자위는 일단 21일 매각소위를 다시 열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심의를 재개할 계획이나 전체회의 날짜는 확정하지 못했다. 민간위원들의 반응에 따라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혹스러워하는 응찰 기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연기된 것에 대해 입찰 참여 업체나 대우건설 모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공자위 연기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며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공자위가 다음 발표일을 기약하지도 않고 연기한 것이어서 더욱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직원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한 임원은 "공자위가 연기된 것이 전체 매각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다른 입찰 참여 업체들은 공자위의 조치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일단 불공정 매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연기한 것은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