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용처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구마 덩굴처럼 캐면 캘수록 '검은 고리'가 끝없이 드러나는 형국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 직후 수백조원대의 부실채권 매각을 책임지고 있던 정책당국 핵심 인물들이 간여한 혐의가 속출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부실채권 매각작업 엉망

21일 대검 중수부에 따르면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은 현대차 계열사인 위아와 아주금속의 부실채권 총 2000억원 중 550억원을 탕감해주는 과정에서 현대차 로비스트인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로부터 수천~수억원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박상배 산업은행 전 부총재,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하재욱 산은 주무팀장 등이 김씨로부터 청탁 대가로 7000만~14억5000만원을 받은 것과 유사한 형태다.

김씨가 현대차로부터 받은 로비자금 총 41억6000만원 중 20여억원의 정체가 밝혀진 셈이다.

검찰은 잔금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변 전 국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김씨는 예금보험공사와 H은행 등에도 채무탕감 로비를 펼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 기관 책임자들도 김씨의 로비선상에 올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현대차 비자금의 용처는 모두 김동훈씨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이 때문에 관계와 금융계에서는 '김동훈 리스트'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양상이다.

한편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책당국의 부당한 개입 혐의가 드러난 데 이어 또다시 자산관리공사마저 불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부실채권 매각 과정 전반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타깃은 론스타?

채동욱 기획관은 연 사장 등의 혐의가 "현대차 비자금 용처 관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론스타가 최종 타깃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변양호 전 국장 역시 김동훈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지만 검찰은 론스타 수사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체포 시점이 검찰의 론스타 수사 본격 착수와 때를 같이 하는데다 무엇보다 캠코가 론스타와 적지않은 부실채권 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론스타의 거래 행태를 엿보는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