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8일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콜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도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키로 하는 등 통화 및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금리를 올려 주택 구입자들의 이자 부담을 늘리는 간접적인 투기 억제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신규로 흘러들어가는 자금까지 차단해 부동산 시장을 철저하게 잡아 보겠다는 의도다.

통화 및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 시장 잡기'에 나선 것은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부동산 세제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이 흔들릴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차례에 걸친 한은의 콜금리 인상에도 은행들의 과열 경쟁으로 부동산담보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금융감독 당국까지 동원돼 '극약 처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투기 억제의 중심축을 '세제'에서 '금융'으로 옮겨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 시장을 확실히 잡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중심축 한은과 금감원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은 앞으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 최근 "2000년대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한은이 금리를 내린 이유가 크다"며 집값 상승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동일한 전세금을 받아도 금리 하락으로 이자 수입이 줄어들게 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올리기 시작했고 세입자들은 인상된 전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샀으며 은행들은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자 가계 쪽으로 대출을 급격하게 늘리다 보니 집값이 오르게 됐다"는 것.한마디로 '한은의 저금리 정책과 기업 대출이 줄어들게 된 은행들의 가계대출 확대'가 주택가격 상승의 주범이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원리금 상환 대출이 일반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3년 미만의 대출에 이자만 갚는 주택담보대출이 일반적"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 금융감독원 등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민·중산층만 피해 입을 듯

문제는 금리를 올리고 신규 대출을 억제할 경우 중산·서민층의 예기치 않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C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후 금감원의 주택대출 억제 조치로 투기 목적의 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실수요 고객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서민·중산층이 집을 사려면 은행 대출을 낄 수밖에 없는데 거래 은행의 대출 한도가 묶여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경우 이래저래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PB팀장도 "주택담보 대출은 주택구입자금 용도뿐만 아니라 생계비 마련을 위한 대출도 있다"며 "서민들이 자금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현승윤·장진모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