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업장'과 해커 조직을 동원해 게임 아이템이나 사이버 머니를 해킹한 범죄 조직이 적발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2일 게임업체 N사의 게임포털 P사이트 서버를 해킹해 사이버 머니를 불법으로 취득·유통한 주모씨(35·전남 광양) 등 2명을 정보통신이용촉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공급받은 사이버 머니를 게이머들에게 판매한 중간판매책 변모씨(51·전북 군산)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해외 해커가 포함된 범죄 조직을 적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해킹한 사이버 머니를 판매하기 위해 대규모 명의 도용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120만명의 명의가 도용됐던 '리니지 사태'의 재판인 셈이다.

주씨 등은 지난해 12월 말 중국 해커 집단인 '리치용'과 '쓰리랑'에 P게임 데이터베이스 서버 해킹을 의뢰한 후 이들이 해킹을 통해 불법 취득한 게임 사이버 머니를 넘겨받아 6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경원(1조원의 2만배)에 달하는 사이버 머니를 현금화하기 위해 인터넷에 떠도는 불특정 다수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도용,600여개의 ID를 개설했다.

경찰과 게임업체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600개의 ID에 사이버 머니를 분산한 뒤 변씨 등 중간판매책을 통해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소비자에게 팔았다.

사건을 맡은 사이버수사대 이재홍 경위는 "신고는 계속 접수했지만 중국 해킹단까지 동원된 대규모 범죄조직을 적발하기는 처음"이라며 "리치용 총책인 조선족과 쓰리랑 총책인 한국인은 중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국 해킹단을 통해 사이버 머니를 해킹할 뿐 아니라 속칭 '작업장'을 차려놓고 아이템 능력치를 높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야말로 '사이버 범죄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이들은 또 포커 맞고 등 도박 게임에서 상대방의 패를 볼 수 있는 속칭 '짱구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게임 머니를 획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이버 머니를 대규모로 해킹하는 한편 작업장에서 수십대의 PC를 동원해 '짱구 프로그램'으로 부당하게 사이버 머니를 획득한 것이다.

특히 IP(인터넷 프로토콜) 추적을 막기 위해 개인용 가상사설망(PVPN)을 이용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가상사설망은 일반 인터넷 통신망에 통신보안 기능을 추가해 사설망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공중 통신망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