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뒷자리 첫 번호를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타고난 성(Sex)대신 사회적 성을 의미하는 젠더(Gender)를 인정해야 한다는 최고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성전환자들의 호적상 성별 정정 여부는 재판장에 따라 들쭉날쭉했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법적인 잣대가 처음 생긴 셈이다.

현행 민법이나 호적법에서는 성의 개념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과거부터 성염색체를 성별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생물학적 성'의 개념이 통용돼 왔다.

XY염색체는 남성,XX염색체는 여성이라는 식이다.

성은 출생과 동시에 결정돼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한 여성인데도 호적상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군에 입대해야 하는 등 사회적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커져갔다.

특히 2002년 12월 연예인 하리수씨에 대한 호적 정정 허가를 기점으로 찬반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정점에 달했다.

찬성론자들은 "성전환증은 동성애나 이성복장 등 기호의 문제가 아니며 일반 정신질환과도 구분되는 특이한 병적 현상"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창조자는 성의 문제에 대해 인간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맞서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2일 찬성론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성전환자가 호적에 기재된 성을 법원의 허가를 받아 바꿨더라도 이전 성(性)으로서 갖고 있던 권리와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결혼해서 자식을 낳은 남성이 성을 전환해 여성으로 호적을 고치더라도 결혼한 여성이나 자식들과 법률적 관계는 여전히 '남편'이고 '아버지'인 것이다.

김병일·김현예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