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세대간 단절을 극복하자면 서로 참고 용서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카르마(karma)'에 얽매여 있다. 카르마란 과거의 누적적 응보,곧 업(業)을 뜻한다. 어떤 세대건 무(無)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윗세대의 유산을 짊어지고 출발한다."<젊은이와의 대화>

젊은세대는 현실의 어려움을 기성세대 탓으로 돌리며 원망하지만,기성세대의 삶 또한 그 선배세대의 틀 내지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위아래가 이처럼 얽혀 있다는 건 아랫세대의 경우 윗세대의 잘못도 이어받지만 그들이 애써 쌓아올린 업적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아들과 함께 월드컵 축구대회 해설을 맡았던 차범근 감독(수원 삼성)이 자신과 아들의 차이에 관해 털어놓은 글은 이땅 중장년 세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분데스리가 시절 내게 축구는 생활이 아니라 '밀리면 끝나는 전투'였던 것 같다. 그런데 두리는 다르다. 그에게 축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생활'인 것 같다."

그는 또 늘 최고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여유가 없는 자신과 달리 아들에겐 동료를 인정하는 여유가 있다고 썼다.

'성공'에 모든 것을 뒀던 자기 때와 달리 아들이 사는 지금은 '행복과 즐거움'이 삶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며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부럽다"고 고백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이런 세상을 물려준 우리 세대가 자랑스럽다."

여유 없이 내달린 게 차 감독뿐이랴.도시락 반찬이라곤 국물이 줄줄 흐르는 김치와 무장아찌가 고작이던 시절,양말을 기워 신고 볼펜 끝에 몽당연필을 끼워쓰며 자란 중장년 세대는 너나 할 것 없이 잘살아보려 밤낮 없이 일했다.

젊은층의 경우 좀처럼 남을 인정할 줄 모르고 모든 사람을 경쟁대상으로 보는 기성세대의 사고와 행동을 받아들이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성공보다 행복과 즐거움에 삶의 가치를 더 두게 된 건 죽어라고 뛴 세대의 유산이다.

지금의 젊은세대 역시 다음세대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