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에서 이례적인 특허분쟁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외국 기업 간 특허 싸움이다.

네덜란드 기업인 필립스는 지난 3월 일본의 코니카를 상대로 디지털 카메라의 JPEG(화상 데이터 압축방식) 기술과 관련된 특허 침해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최근 국내에서 이 같은 외국 기업 간 특허분쟁이 빈번하자 이들을 대리하는 국내 로펌들이 지식재산권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외국 기업 간 특허 분쟁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기술(IT)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어 한국에서 특허를 인정받으려는 외국 기업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필립스의 특허분쟁을 대리 중인 법무법인 다래의 조용식 변호사는 "향후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국가가 더 늘어나면 외국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에서 특허권을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펌,지식재산권팀 대폭 확충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자 로펌들은 1년 만에 지식재산권 전문 인력을 최고 4배가량 늘렸다.

지식재산권 법률시장은 특허와 실용신안,디자인,상표권 등으로 나뉜다.

이 4개 분야는 다시 각각 출원과 특허청의 심판을 취소해달라는 심결취소 소송과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피해액을 배상해 달라는 침해 소송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은 올해 변호사와 변리사 13명을 늘려 110명 규모의 지식재산권팀을 구성했다.

특허 전문로펌을 표방하고 있는 법무법인 다래는 곽동효 특허법원장 등 지난해부터 3∼4명의 전문인력을 영입해 24명의 중견 로펌으로 거듭났다.

김앤장을 제외한 다른 대형 로펌들은 특허사무소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해 변호사 6명에 불과했던 지식재산권팀을 올해 24명으로 크게 확충했다.

지난해 10월 특허법인 명문과 합병한 이후 4배 성장한 셈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6월 제일특허법률사무소와 합병하며 지식재산권팀을 30여명에서 67명으로 대폭 강화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올 3월 김신유 특허법률사무소와 합병을 통해 팀 구성원을 28명으로 두 배 늘렸다.

율촌의 유영일 변호사는 "기업들이 특허량보다는 질을 중시하고 있어 고품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시장 규모 매년 급증

지식재산권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출원과 소송이 급증하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3년 30만건 정도에 불과했던 지식재산권 출원 수가 지난해 35만여건으로 16% 이상 증가했다.

특히 특허출원 시장은 연평균 15% 성장하고 있다.

로펌들은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시장 규모가 로펌별로 지난해에 비해 올해 최대 5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허 취소소송이 급증하자 이를 전담하는 특허법원은 판사를 10명에서 8년 만에 21명으로 증원했다.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은 올해 처음 각각 세 곳과 두 곳의 지식재산권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

광장의 김재훈 변호사는 "특허법 개정으로 특허를 침해당한 기업은 로열티 수준이 아닌 실제 손해를 입은 만큼 배상을 받을 수 있어 특허 관련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김현예·유승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