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자산가격 급락에 대비,기존 운영 점포 등 소유 부동산을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등 자산유동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이 본격 하락하기 전에 보유 자산을 미리 처분,몸집을 가볍게 하고 여유 자금도 확보해 신유통 분야 진출 등에 대비하자는 포석이다.

2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부회장은 최근 롯데쇼핑측에 전국 22개 백화점 점포를 대상으로 자산유동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유통업체 특성상 매각하더라도 기존 점포 운영을 위한 재임대를 조건으로 단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실탄'을 확보하도록 주문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한 것도 일각의 관측처럼 S-oil이나 대한통운 M&A용이 아니다"며 "향후 부동산시장 가격 급락에 대비한 실탄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지난 10년간 일본의 부동산거품 붕괴 과정에서 유통업체의 명멸을 지켜봐 누구보다 자산가격 급락에 따른 심각한 휴유증을 잘 알고 있다"며 "이온그룹 등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살아남은 유통업체들은 점포를 사는 대신 임대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았고 소호백화점 등 부동산 보유를 고집한 유통업체는 간판을 내렸던 사실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짧은 기간에 국내 할인점 2위에 오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비슷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한국까르푸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소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검토했던 일부 점포 유동화 작업에 최근 가속도를 붙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며 "어차피 점포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43개 점포 가운데 많게는 10여개 점포를 자산유동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호주 투자은행인 맥쿼리와 실무 검토를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많은 투자자보다는 소수(10명 이내)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코아백화점을 인수한 뒤 보유 건물을 매각,점포만을 재임대해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을 선보인 이랜드도 한국까르푸 인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순문 이랜드개발 대표는 "인수 점포를 근거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당장 매각 후 재임대를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이 온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악성 부동산은 언제라도 처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허인철 신세계 경영지원실 관리담당 상무는 "5%대에 금융권에서 1조원을 빌릴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비용을 들이고 자산유동화에 나설 계획은 없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부동산 매각은 어떤 기업이나 고려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