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무원연금 조기 개혁에 나선 것은 연금 적자로 인한 막대한 재정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핵심 국정과제인 국민연금 개혁 추진의 기틀을 닦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먼저 공무원연금 적자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수입과 지출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자칫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같은 공공부문 연금제도부터 수술대에 올리지 않고서는 국민연금 개혁의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

공무원연금의 수지 악화가 최대 골칫거리다.

이미 매년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적자폭이 6096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앞으로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데 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적자 규모는 2010년 2조7932억원,2015년 7조1506억원,2020년 13조8126억원,2040년 47조768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재정 적자는 연금 지급에서의 '저부담-고급여' 체제에서 발생한다.

현행 보험료율 17%(국가 8.5%,가입자 8.5% 부담)를 적용받는 데 비해 퇴직 전 최근 3년간 평균 월급의 최대 76%까지 지급되는 현행 급여 수준은 국민연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보험료율 9%(사용자 4.5%,가입자 4.5%)에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30∼60%를 받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들이 보험료를 더 많이 내긴 하지만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퇴직 직전의 월급으로 연금지급액을 산정하다 보니 국민연금과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재정 적자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국민 혈세로 퇴직 공무원들 뒷바라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무원 기득권 인정 범위가 관건

공무원연금이 개혁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직접적인 도화선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일반 국민에게만 양보를 강요하는 국민연금 개혁은 명분이 약하다는 게 정부 내 분위기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의 전면에 서 있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적인 관할 업무가 아닌 공무원연금 개혁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 정부 안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올해 안에 마련한다는 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정부 임기 내 개혁을 마무리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개혁방향은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수준을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낮추는 쪽으로 검토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2원 운용체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가운데 국민연금을 준용할 수 있는 것은 준용하되 그렇지 못한 부분은 퇴직연금 형식으로 운영하자는 것.유시민 장관은 '퇴직 전 최근 3년 평균 보수월액의 50~76%'로 규정돼 있는 현행 공무원연금의 급여 기준이 '상후하박'(고위직으로 갈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구조)의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하고 이를 '가입기간 평균소득' 등의 기준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 개정과정에서 최대 논란거리는 퇴직공무원과 기존 공무원의 기득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가 될 전망이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 공무원의 지급액 수준을 낮추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신 현직 공무원이 법 개정 이전까지 납부한 연금보험료에 대해서는 종전 법을 적용하되 법 개정 이후에 납부하는 보험료는 새 기준을 적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철수·박수진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