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이 3차 공판을 받은 26일 현대자동차 노조는 예고한 대로 파업에 들어갔다.

4시간 부분 파업이긴 하지만 정 회장 구속으로 현대차의 경영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회사 안팎에서 노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인 Y기계 이모 이사(46)는 "정 회장 구속 이후 울산의 시민 사회단체 15만여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무려 200여만명이 현대차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는 데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는 것은 최대 고객인 국민들까지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인 K사의 상무는 "변호사의 법정 설명처럼 정 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나도는 데도 파업을 강행한 노조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1987년 설립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올해로 19년째.1995년 이후엔 12년 연속 파업이다.

회사측은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 등을 우려,연초부터 관리직 임직원들의 임금 동결에 들어가는 등 초긴축 경영을 선언했지만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사항만 고집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에 들어갔다.

관리직의 임금 동결조차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협상카드'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노조의 올해 요구안은 협상의 실마리를 풀기 어려운 것들로 채워져 이번 파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노조 요구안 중 임금 12만5524원(기본급 9.1%) 인상 요구는 노사 간 밀고당길 여지가 있지만 임금체계를 시급제에서 월급제와 호봉제로 바꾸자는 데 대해 회사는 난감해하고 있다.

노조는 시급제에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과도한 노동에 나서게 돼 조합원들의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만큼 노동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 등을 위해 월급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일본 도요타의 호봉제를 사례로 들며,호봉제가 실시된다면 매년 임금협상을 통해 힘겹게 임금인상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정 부분의 임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소모적인 노사협상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또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기본급 9.1% 인상,해외 신규 투자의 국내 투자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처럼 회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사항을 내놓고도 불과 일곱 차례 협상 만에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는 이날 2654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360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노조의 계획대로 주·야간조가 각각 두 시간씩 부분파업과 잔업 거부를 나흘간 할 경우 1만여대의 생산 차질에 총 13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