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 부자인 워런 버핏이 370억달러 (약 35조원)를 자선재단에 기부키로 한 것을 계기로 미국의 기부문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 본고장 미국은 자선과 기부의 나라다.

기업으로 부(富)를 일군 사람들과 유명 정치인,예술인 체육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기부문화도 일상화돼 있다.

대를 이어 부를 상속하기보다는 자선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는 전통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인종차별,마약,총기사고,빈부격차 확대 등 겉으로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건재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자선재단의 힘 덕분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6만여개의 자선재단이 설립돼 있다.

이들의 자산은 5000억달러( 약 48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자산이 많은 자선재단의 설립자는 대부분 기업인들이다.

이들은 자신과 부인,또는 자식들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설립해 재산의 상당부분을 기부하고 있다.

바로 부자들이 존경받는 이유다.

'존경받는 부자'의 효시는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다.

카네기는 1911년 3억5000만달러의 자산으로 '카네기 재단'을 설립했다.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돈이었다.

그가 지어 사회에 헌납한 도서관만 2500여개에 달한다.

1913년 설립된 '록펠러 재단'도 한때 미국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의 대명사였던 록펠러를 '자선의 명가'로 칭송받게 만들었다.

이런 역사가 있는 만큼 현재 미국의 자산순위 10대 자선재단 대부분은 기업인들이 만든 재단이다.

이들 재단은 설립자가 관심이 있던 분야나 사업을 지원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자산 1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가 설립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작년 말 현재 291억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다.

버핏의 기부로 자산규모가 600억달러로 불어나게 됐다.

이는 웬만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

주로 세계의 건강과 교육증진 및 도서관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자산 2위는 포드자동차 설립자인 헨리포드의 아들 에드셀 포드가 설립한 '포드재단'.115억7000만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으며 커뮤니티사업과 정의구현사업에 돈을 내놓고 있다.



유명한 석유사업가이자 미술품 애호가인 폴 게티의 후손들이 설립한 '폴게티 재단'도 96억달러의 자산으로 3위에 랭크돼 있다.

이 재단은 폴 게티의 유지를 살려 미술사연구 및 미술품 보전사업에 심혈을 쏟고 있다.

이들과 함께 존슨앤드존슨 설립자와 엘리 릴리사의 설립자의 후손들이 세운 재단이 나란히 4,5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휴렛팩커드의 공동설립자인 윌리암 휴렛과 데이비스 팩커드가 각각 만든 자선재단이 자산순위 7,8위에 올라 있다.

비록 10대 재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기부금이 엄청난 부자도 많다.

CNN의 창립자인 테드 터너와 헤지펀드의 대명사 조지 소로스도 그 중 한명이다.

터너는 1998년 재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억달러를 유엔에 출연했다.

소로스도 스승 칼 포퍼의 '열린사회' 철학을 전파하는 '열린사회기금'과 소로스재단을 설립하여 미국은 물론 동구권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는 수많은 싱크탱크와 박물관 미술관 등이 널려 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정부기구(NGO)도 수두룩하다.

이들 단체를 운영하는 동력이 바로 자선재단이다.

'투자 귀재' 버핏의 기부는 자선재단의 힘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