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공청회는 욕설과 고성이 오간 '난장판'이었다.

오전 9시40분께 김종훈 한·미 FTA 수석 대표가 개회사를 시작하자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회원 100여명이 "협상 협정문을 공개하라" "농민들은 다 죽는다" "공청회 하지 말라는데 왜 하느냐"는 등 고함을 지르며 물리력으로 단상을 점거했다.

김 대표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자"며 만류했지만 범국본 회원들은 "민주주의라면서 일방적으로 FTA를 추진하느냐"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은 김 대표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청회는 10시15분께 정회된 뒤 예정됐던 제조업 세션 등이 모두 생략됐으며 오후 2시에 겨우 재개됐다.

그러나 속개된 공청회에서도 정상적 토론이 진행되지 못하고 김 대표와 범국본측 간에 설전에 가까운 지루한 논쟁만 오갔다.

범국본 회원들은 "협정문 비공개 근거가 무엇이냐.협상문안을 모두 공개하라"고 따졌고 김 대표는 "협상 내용이 낱낱이 공개되면 전략이 다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범국본측이 "이번 공청회는 FTA 반대 단체가 모두 배제된 사기극"이라며 취소를 요구하자 김 대표는 "사전에 연락했으나 불참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대답했다.

이에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이 "들어엎어 버리겠다. 중단 안 하면 중단시키겠다"고 분위기를 잡았고 한 회원이 "XXX들 때려치워"라고 소리치며 앞에 놓인 책상을 엎자 공청회는 정회됐으며 다시 열리지 못했다.

이에 앞서 박석운 범국본 집행위원장 등 범국본 회원 30여명은 공청회장인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한·미 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