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최대 화제영화의 하나인 강우석 감독의 대작 '한반도'(7월13일 개봉,제작 KnJ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6일 시사회를 갖고 공개됐다.

'실미도'로 한국영화 1000만 관객시대를 열었던 강 감독이 안성기 조재현 차인표 문성근 등 화려한 출연진을 기용해 순제작비 96억원을 투입한 야심작이다.

'한반도'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권다툼과 대한제국 이래 100여년간 지속돼 온 일본의 야욕을 조명한 작품.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명성황후 시해와 고종의 독살설,한일합방 당시 외교문서에 찍힌 국새의 위조설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다뤘다.

-어떤 영화인가.

"원래 제목이 '아침의 나라'였는데 '한반도'로 바꿨다.

촬영하면서 제목에 너무 짓눌리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15번째 영화인데 어느 영화보다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렇지만 하고 싶었던 장르였고,한번쯤 이런 영화가 나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허구인가.

"영화를 준비하며 사료도 많이 읽고 고증도 많이 했다.

맥아더 장군이 일본에서 국새를 찾아 돌려준 것,한일합방 문서에 고종이 국새를 찍지 않았다는 것 등은 사실이다.

헤이그 밀사가 지녔던 고종의 친서에는 일본이 만든 어떤 문서에도 고종이 응한 바가 없고 전부 가짜라고 적혀 있다.

또 고종의 독살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을사5적만이 임종을 지켰다.

국새를 찾아 증명하는 부분은 당연히 픽션이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르다.

"명성황후가 궁녀 분장을 하고 도망치다가 암살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러시아공사 베베르가 본국에 보고한 문서에는 궁녀분장을 했다는 말이 없다.

극중 황후가 대례복을 입고 죽음을 준비하는 설정은 과장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찍고나서 보니 더 세게 나갔어도 됐을 것 같다.

요즘 일본이 독도문제에 대응하는 행태를 보면 이런 일은 앞으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극중 친일파와 반일파로 구분되는 정부각료 중 모티브를 얻은 특정 정치인이 있나.

"특정인을 묘사하지는 않았다. 극중 외교적 사안에 대한 주장은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다,혹은 이런 소리는 충분히 내도 되겠다고 생각해 설정한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 중 일본을 유독 부각시킨 이유는.

"미국이나 중국,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들이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만 전달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역사적 만행에 대해 사과하고 미안해하면 되는데,역으로 신사참배를 하고 독도영유권을 주장한다.

지난 3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남북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말을 했다.

물론 "극단적인 방식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었지만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 (양국의 대치 상황을) 실제보다 강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우리 국력이 일본에 비해 열악하다는 사실은 감췄다.

극중에서 우리의 해군력이 자위대의 30%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실은 10%다.

그걸 그대로 전달했다가는 관객의 좌절감이 너무 클 것 같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