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역이 종점이었던 서울지하철 3호선이 1996년 대화역까지 연장되면서 일산신도시를 관통하게 된다.

1989년 수도권 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세워진 경기 북서부 최대 신도시 일산 상권은 대부분 3호선(일산선)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지하철 3호선 종점 대화역과 정발산역 사이에 있는 주엽역은 배후수요 3만여가구를 끼고 있는 전형적인 지역 상권이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중앙로 양쪽 대로변을 따라 600m가량 중대형 상가들이 줄지어선 모습이다. 상권 가운데 그랜드백화점이 자리잡고 있고 이면도로 상가에는 유흥업소가 성황을 이룬다.

주엽역은 한때 일산신도시의 중심 상권이었다.

그러나 정발산역 근처 종합쇼핑몰 '라페스타'와 화정역 상권이 젊은층을 흡수하면서 흔들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내년에 공사가 시작되는 초대형 개발호재 '한류우드'가 주엽 상권을 업그레이드시킬 거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류우드가 주엽역 상권의 장밋빛 미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주한 좋은공인중개사 대표(31)는 "한류우드에 가기 위해서는 주엽역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영향권 안에 들 것"이라며 "기대감으로 이미 아파트 시세가 크게 뛰었다"고 덧붙였다.

장밋빛 미래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권 상황은 한계적이다.

8번출구 앞에서 한마음떡집을 운영하는 전영수씨(34)는 "역세권 상권이라기보다는 '동네 장사'"라고 단정했다.

홍제역에서 떡집을 하던 전씨는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이곳으로 왔다.

12평 가게는 보증금과 권리금이 5000만원,월임대료는 250만원이며 아파트 주민들과 개인병원 간호사들이 주된 고객이다.

이면도로 쪽은 공실이 꽤 눈에 띄었다.

상가 뒤편에서 커피전문점 요거스타를 꾸리는 설인기씨(51)의 점포는 2004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젊은 애들은 라페스타 가서 놀아요.

여긴 동네 단골들 상대입니다." 월평균 매출액은 100만원에 미치지 않는다.

설씨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혼자 일한다.

"5년째 여기서 장사를 하는데 해가 지날수록 매출이 점점 떨어집니다." 고병문 강남성모안경 대표(41)는 "예전에는 주엽역이 밤에도 흥청거렸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고 털어놨다.

10평인 고씨의 가게는 권리금 3500만원,보증금 4500만원에 월임대료는 200만원이다.

지난해 평균 월매출은 1000만원이었으며 순수익은 25% 정도다.

이을재씨(55)는 건설회사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다 처음 창업에 뛰어들었다.

7달 전에 남성 전용 프랜차이즈 헤어숍 샤보이를 개업한 이씨는 주엽역 상권을 멀리 내다보고 장사를 시작한 경우다.

"한류우드가 세워지면 확실히 좋아지지 않을까요?" 12.5평 점포를 차리는데 2억원을 투자했다.

주엽역 상권은 대형 아파트단지 여러 개를 끼고 있는 만큼 주부들의 씀씀이가 상권 수요의 큰 몫을 차지한다.

주부 박신영씨(39)는 "어디 학원이 좋다고 소문 나면 가격에 상관없이 엄마들이 몰리는 편"이라며 "분당만큼은 아니지만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정해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일산점 매니저(28)는 "신촌 등 도심 지점에 비해 단골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가족 고객이 80% 이상이라 미술대회나 마라톤대회 협찬 등 마케팅 전략을 달리한다고.

주엽 상권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12년째 대로변에 방치된 쇼핑몰 '스타몰'이다.

시행사 자금부족,토지경매신청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최근 스타몰 정상화대책위원회가 꾸려져 대안을 모색 중이다.

박철 위원장(54)은 "이미 분양받은 500여명이 시행사와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로에 횡단보도가 턱없이 부족해 양쪽 대로변 상권이 단절된 양상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중간 575m 구간에 횡단보도가 없어 바로 건너편 건물로 가려해도 지하도를 거쳐야 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