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하랴, 유엔 사무총장 후보 하랴...

외교통상부 수장이자 유엔 사무총장 후보인 반기문(潘基文) 장관이 최대 외교현안인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와중에도 9~10월로 예상되는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앞두고 각국 외교장관 등과 연쇄적으로 만나며 막바지 `표다지기'를 하느라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분을 소화하는 그의 바쁜 일상은 27~28일 일정표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반 장관은 중국 고위 당국자들과 북한 미사일 발사 저지 방안을 협의키 위해 26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떠났다가 만 하루 만인 27일 밤 10시께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27일 하루동안 반 장관은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과 오전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 했고 오후에는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났다.

이 과정에서 반 장관은 북한 미사일 저지 문제와 북핵 6자회담 재개방안 등 한반도 주변 현안과 한중 양자 현안을 협의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사무총장 선출에 중요한 지분을 보유한 중국측에 지지를 당부하는 일까지 해야했다.

그 때문에 반 장관의 중국행에는 대중 외교전반을 책임지는 외교부 아태국장 외에 6자회담 및 미사일 문제 주무자인 북핵외교기획단장, 유엔 문제를 맡는 국제연합과장 등 각 분야별 당국자들이 저마다 서류가방을 하나씩 들고 동행했다.

반 장관은 중국 출장에서 돌아와 자정 가까이 되어서야 귀가한 뒤 잠에서 깨자마자 곧바로 인천으로 향해야 했다.

현지시간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아프리카 감비아의 수도 반줄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AU) 특별각료이사회 및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서 연설하는 등 일정 때문에 28일 오전 9시55분 다시 출국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행 시간을 감안, 그나마 느긋하게 출국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 반 장관은 출국에 앞서 오전 8시 인천 하얏트 호텔에서 하미드 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까지 소화한 뒤에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또 반 장관은 아프리카연합 회의 참석 후 7월3일 일시 귀국했다가 7월5일 다시 멕시코, 엘살바도르를 방문,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그나마 브라질 방문 일정이 그쪽 사정으로 취소되면서 잠시나마 귀국했다가 다시 나갈 수 있게 됐다.

7월에도 빡빡한 일정은 마찬가지. 7월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 3 외교장관회의, 아세안 확대외무장관회의(PMC),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담 등이 기다리고 있고 한미 전략대화 등 국내에서 열릴 일정도 적지 않다.

장관을 번갈아 가며 수행하는 보좌진과 실무 당국자들의 고충도 크지만 거의 공중에서 떠다니는 생활을 하고 있는 장관 앞에서 힘든 내색도 하기 힘든 처지.
한 외교부 관계자는 "장관 시켜줘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체력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