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된 미국에서 선수들의 유럽 진출의 당위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불붙고 있다.

28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브루스 아레나 미국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을 미국프로축구(MLS)에서 찾는 듯한 말을 했다가 팬과 리그 관계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아레나 감독의 주장은 재능있는 선수들을 유럽 리그에 보내 선진축구를 익히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전 전패를 당하고 돌아온 스티븐 샘슨 전 미국 감독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당시 샘슨 감독은 유럽과 멕시코리그에서 뛰던 베테랑들이 월드컵 2년 전 MLS 출범과 함께 대거 미국으로 돌아와 대표팀의 전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팬들과 MLS 관계자들이 발끈한 것은 자존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초강대국 미국이 지구촌 최대 축제에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북중미 2류로 `원위치'한 것도 짜증나는데 졸전의 원인을 MLS에서 찾는다는 건 더욱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에서 A매치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는 에릭 와이낼다는 "미국 리그는 훌륭한 팀을 꾸리는 데 필요한 선수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단정했다.

TV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아레나 감독은 특정 수준까지 팀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그 다음 수준이 뭔지 전혀 모른다"며 "스탠드에서 핫도그를 먹고 맥주나 마실 줄 아는 사람이 유럽에서 뛰는 데 대해 뭘 얼마나 알겠느냐"고 비난했다.

MLS에서 선수 훈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반 개시디스 같은 리그 관계자들도 유럽 얘기는 졸전에 대한 단순한 핑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시디스는 "우리가 후앙이나 호나우지뉴 같은 선수를 조련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지만 히스패닉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사회에 더 깊숙하게 접근한다면 우리도 그런 선수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대표팀 주장 클라우디오 레이나 등 선수들과 독일 출신 지기 슈미트 MLS 콜럼버스 크루 감독 등은 유럽에서 뛰는 게 분명히 효용이 있다는 입장이다.

슈미트 감독은 "유럽에서 뛰면 확실히 더 강하고 냉정해질 수 있다"며 "유럽에서 뛰면 더 많은 압력을 받고 더 미세한 데도 신경쓰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선진축구를 배우려면 유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거의 보편화한 모습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 유럽에서 경험을 쌓도록 해야한다고 말하고 떠났지만 반발은 전무했다.

(서울=연합뉴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