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埈根 < 한국HP 사장 >

돈을 버는 만큼 좋은 일에 쓴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루하루 일에 쫓겨 1년을 보내면서 내 집 장만,자녀교육 등 점점 돈이 들어갈 곳이 늘어나는 게 인생이듯이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이러한 점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이윤창출'이다.

기업마다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고 시장 상황에 촉각(觸角)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주목 받고 있다.

국민 감시활동이 강화됨에 따라 그 사업 기반이 투명하지 못한 기업,부도덕한 기업들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

실제로 사랑 받고 신뢰받는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강화해 사회공헌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환경보전과 사회공헌,경제 성장과 정의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요즘 알려진 기업치고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들에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의무사항이 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여전히 비전략적이어서 투자에 비해 사회적 지지나 공감도 약한 편이다. 일반인들은 사회공헌활동은 기억해도 어느 기업이 후원(後援)하고 있는지는 전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좋은 기업'의 의미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서는 무엇부터 실천해야 하는가?

그 시작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기업이 시장 공략을 위해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때 관련 업계전문가들을 통한 시장 조사작업을 면밀히 진행하는 것처럼.일반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마련해 기업에 기대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장기 전략 차원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구체화시켜 기업 특유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HP의 '컴퓨터기증'이나,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한국야쿠르트의 '독거노인에 야쿠르트 보내기' 등과 같은 사례들은 자기 기업의 사업 분야에 관련된 공헌 활동을 통해 타기업과는 차별화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가져오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사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들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기업이 나름의 역할과 책임을 가진 유기체(有機體)로 인정받고 존속하기 위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에 주어진 당면 도전 과제다.

특히 정보화사회에서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형성되는 기업의 '이미지'가 구매(購買) 행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이 제 역할을 다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 '강한 기업'이 아니라 '좋은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