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에 수백만명의 주택담보대출 고객이 일희일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자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Y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은이 콜금리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주택대출 이자가 고무줄처럼 움직이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은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에 따라 대출 금리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고객이 금리 변동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특히 지금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높아져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체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대출 시장이 가장 발달해 있는 미국의 경우 전체 대출(모기지론)의 77%가 고정금리형이다.


○고정금리 대출 '美 77% vs 韓 10%'

지난 5월 말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98조6000억원.이 가운데 90% 이상이 시장금리 연동형 대출이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주택대출 고객이 연간 지불해야 할 추가적인 이자 비용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이 지난 8일 콜금리를 인상한 뒤 CD금리가 연 4.36%에서 최근 연 4.57%로 급등,이 같은 금리 위험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 모기지론은 고정금리 비중이 77.5%(2005년 말 기준)에 이른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OECD 국가들도 평균 70~80%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선진국에서 고정금리 주택대출이 보편화돼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미국도 2004년께 변동금리 대출이 급속히 늘어났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금융당국이 "변동금리 상품은 이자 상승시 가계 부담이 늘어나 파산 증가 및 소비 위축 등 마이너스 부(富) 효과가 우려된다"고 경고하면서 고정금리로 유도하거나 변동금리 대출에 규제를 가하고 있다.

변동금리대출의 경우 금리조정 상한폭(cap)을 둬 시장금리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1년 동안 2%포인트,30년 동안 6%포인트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CD금리 연동형 변경해야

국내 변동금리부 대출은 대부분 91일물 CD금리에 연동해 매일 또는 매주 금리가 변경 고시된다.

기존 고객은 3개월마다 바뀐다.

이 같은 대출금리 체계 역시 기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변동금리형 모기지론은 대부분 1년 만기 국채를 기준금리로 활용하고 있다.

금리 변경 주기가 1년 단위여서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영태 주택금융공사 과장은 "3개월짜리 단기금리를 장기주택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CD금리가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CD는 다른 채권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지 못해 몇몇 금융회사의 호가(呼價)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오는 7월부터 법인 및 기관을 대상으로 CD 실명거래가 도입되면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기준을 CD금리에서 통안증권 등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금리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기준금리가 변경되더라도 신규 대출부터 적용될 뿐 200조원에 달하는 기존 대출은 만기까지 CD금리 연동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