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최승욱 사회부장 ]

"양극화는 곧 일자리의 문제다.성장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만이 양극화 문제를 푸는 해법이다.",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게 시급하다."

30일 퇴임을 앞둔 이명박 서울시장은 28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실업 증가,체감경기 악화,기업투자 감소 등을 꼽았다.

이 시장은 최고경영자(CEO) 출신 답게 난이도 높은 경제 현안에 대한 해법을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제시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와 관련,이 시장은 "경제권 광역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권역별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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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임기를 마친 소감은.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측면이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과 대중교통 체계 개편으로 인한 불편을 참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밤을 새우며 열심히 일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있었기에 임기를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경기부양론이 나오고 있는데.

"경기를 부양하느냐,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더욱 큰 문제는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아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현 정부의 정책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일관된 정책으로 먼저 기업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경영실적은 대체로 나아지고 있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일자리 없는 성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이는 경제가 소프트화,지식화된 데 따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이고 생산적인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핀란드와 같이 인구가 500만명 이하인 나라에서는 지식정보산업만으로도 고용을 창출할 수 있지만 인구가 5000만명에 육박하는 우리나라는 제조,서비스,지식 산업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사회 양극화의 원인과 해결 방안은.

"일자리가 없다는 데 원인이 있다.

요즘 기업인이나 상인들을 만나면 연말에는 종업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내년에는 실물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위기감을 느껴야 대책이 나오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을 경쟁력 있게 만들어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해법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세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보유세와 거래세를 단 기간에 대폭 올린 것은 잘못이다.

정책 목표는 달성해야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

투기꾼과 일생에 집 한 채 산 사람하고 차이가 없다는 게 문제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 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부동산 투기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금융권 등을 통해 이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청계천 복원처럼 차기 대선에서 구상하는 사업은 있는가.

경부운하 건설은 이 시장의 지론 아닌가.

"앞으로 10년 안에 국민소득 3만∼4만달러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물류비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내륙 물류비는 전체 기업들이 쓰는 비용의 16%를 차지한다.

일본만 해도 12%에 불과하다.

고속도로 하나 만드는 데 20조원이 들어가고,기간도 10년 이상 걸린다.

반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운하는 건설 비용도 적게 들고 공사 기간도 4년이면 충분하다.

청계천 복원사업보다 수월하며 우리기술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청계천과는 달리 이해관계자가 거의 없어 건설이 쉬울 것으로 본다. 운하가 건설되면 당장 일자리도 크게 늘어나고,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바람직한 대북 정책은.

"북한은 국제사회에 나오는 것 외에는 살 길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하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지사를 평가한다면.

"두 분 모두 한나라당의 자산이다.

특히 박 대표는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박 대표와는 지금은 경쟁 관계에 있지만 결국에는 협력적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서로 협력하면서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은 앞으로는 힘들지 않겠나.

구체적인 정책을 들고 나와야 한다."

-개헌론이 나오고 있는데 필요하다고 보나.

"21세기는 과거와 달라진 게 너무 많다.

상황에 맞게 헌법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헌을 이용해선 안 된다.

진지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신중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내년 대선에 대권 후보가 개헌 문제를 공약으로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독선적이고 불도저식이어서 현 시대 리더십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만을 놓고 생긴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추진력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그동안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이룬 일은 하나도 없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

일단 결정한 것은 신속하게 집행했다.

그런 점에서 'CEO형 리더십'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서울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많은 사람들이 CEO 출신의 '경제시장','일하는 시장'으로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시장','환경시장'이란 얘기도 듣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서민과 함께 한 시장'으로 남고 싶다."

정리=김철수·강동균 기자 kcsoo@hankyung.com


[ 이명박 시장 약력 ]

△출생지=경북 포항(65)

△학력=동지상고,고려대 경영학과 졸

△경력=현대건설·인천제철 회장,14·15대 국회의원,32대 서울시장(민선 3기)

△가족=김윤옥 여사(60)와 1남3녀

△종교=기독교

△기호음식=삼겹살과 김치찌개

△주량=맥주 1병

△애창곡=아침이슬

△취미=테니스,수영,클래식 음악 감상

△존경하는 인물=도산 안창호

△좌우명=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