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0원짜리 동전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지만,처음 선을 보였던 1966년만 해도 동전 두닢이면 자장면 한 그릇을 사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어쩌다가 친척 어른들로부터 동전 한닢을 받으면 종일 싱글벙글거리며 평소 갖고 싶었던 노트와 연필도 살 수 있었다.

돈이 귀했던 시절이라 10원의 가치는 그 이상이었다.

10원짜리 동전이 구설수에 휘말린 적도 있었다.

1983년 동전에 새겨진 다보탑 도안을 변경할 때 실물처럼 중간 부위에 돌사자상(像)을 새겨 넣었는데,이것이 당시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불교신자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풍문이 퍼지면서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잘것 없었던 10원의 위력이 엉뚱한 곳에서 과시됐던 것이다.

이제는 동전 하나만으론 아무 것도 살 수 없을 뿐더러 교환가치도 거의 상실한 지경이 됐다.

오죽했으면 네티즌들 사이에서 '10원짜리 동전활용법'이 유행했을까 싶다.

동전에 들어 있는 구리가 신발의 고약한 냄새를 없애고,TV 등의 전자파를 흡수하고,꽃병의 꽃을 시들지 않게 한다는 것인데,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다.

얼마전에는 구리값이 오르자 동전을 녹여 팔찌와 목걸이를 만들어 판다는 보도도 있었다.

요즘엔 10원짜리 동전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소재와 크기를 완전히 바꾸게 될 새 동전 발행을 앞두고 현행 10원짜리 동전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생각다 못해 한국은행은 실수요자가 아닌 수집목적의 교환을 해주지 말도록 각 시중은행에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는 발행연도별 50개 단위의 세트가 액면가의 10배를 웃도는 가격에 팔리고 있기도 하다.

불혹의 나이가 된 10원짜리 동전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한 계속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실용성을 문제삼아 폐기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서다.

이런 상황이어서인지 10원짜리 동전의 운명이 그리 밝게 보이지는 않는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