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구속된 지 2개월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됨에 따라 당장 향후 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판부나 변호인단은 보석의 의미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여러 정황상 정 회장이 또 다시 서울구치소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수사마무리 수순

법원이 밝힌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정 회장이 1000억원에 달하는 현대차 비자금 조성부분에 대해 형사책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룹의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시인한 바 있다.

게다가 구속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긴 2개월이나 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 입장에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여기에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도 없어 굳이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게 법원측 판단이다.

검찰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도 "정 회장이 풀려나더라도 당장 재소환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정 회장 구속에 따른 현대차 그룹의 경영공백과 이로 인한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 악재가 이중 삼중으로 겹쳐 있는 마당에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장의 장기간 구속은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의 건강상태가 악화돼 돌연사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재판부로선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집행유예 가능성 높아

정 회장은 앞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출퇴근하면서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주거지를 변경하거나 3일 이상의 출국 또는 해외여행시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판기간 중 정 회장의 해외출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정 회장의 해외 스케줄은 공판기일 등 재판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잡으라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무상 필요하다면 정 회장이 재판부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해외출장을 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가 정 회장이 형사 책임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김동진 부회장 등 관련자 수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힌 만큼 실형보다는 집행유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보석결정을 하면서 돌연사 등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일신상의 사정을 크게 반영했는지,최종 형량이 주된 고려사항이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재판부의 보석결정에 국가경제에 대한 상당한 우려가 담긴 만큼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느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장 정 회장의 보석을 놓고도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어 재판부로선 여론의 향배도 감안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