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 사업장 중 최대 규모 노조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차 GM대우 등 자동차 3사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해 국내 노동 현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강성노조로 평가받는 이들 노조가 금속산별 노조에 가세,향후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강성노조들의 산별 전환은 노동계의 정치 세력화를 부추겨 민주노총의 운동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산별 교섭은 경영부담 증가 야기

현대차 노조의 산별 전환은 재계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파업을 연례 행사처럼 벌여 온 현대차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결정은 현대차를 비롯한 금속산업 사용자측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는 지금까지 189개 노조 3만9000여명의 조합원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나 조합원 4만3000명인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GM대우,대우자동차판매,로템 등이 새로 가입함에 따라 200여개 노조 13만여명으로 구성된 '공룡 노조'로 거듭나게 됐다.

2003년 첫 산별 교섭을 벌인 금속노조는 2004년 76건의 파업을 벌이며 투쟁성을 과시했고 지난해에는 모두 111건의 파업을 벌였다. 사용자들이 산별 교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노조가 충분한 협상을 벌이지도 않은 채 실력 행사를 통해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2003년 산별로 전환한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측 관계자는 "노조가 금속산별 노조에 가입한 뒤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데다 같은 산별 노조라는 이유로 인근 사업장의 노사 분쟁에 지원 투쟁을 벌이는 게 예사"라며 "우리나라의 산별 체제는 교섭 비용이 이중 삼중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비록 노조는 산별 노조로 전환했지만 현대차 사측이 산별 교섭에 응할지도 관심 거리다.

4만명이 넘는 거대 사업장이 100명도 안 되는 사업장 노사와 한자리에서 똑같은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노동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산별 노조로 전환되면 원칙적으로 민노총 차원의 산별노조 대표 협의체와 업체 간 대각선 교섭을 벌이거나 산별노조 중앙 교섭이 끝난 뒤 보충 협약식으로 교섭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산별노조의 협상 파트너인 사용자 단체에 교섭권을 이양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산별노조에 참여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경우에도 공동 교섭보다는 중앙 교섭이 끝난 뒤 별도의 보충 교섭만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 우려

자동차 3사 사측은 노조가 공동 투쟁을 주도할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강력한 교섭력을 무기로 노동계의 정치적 이슈를 선도하는'노·정 대리전'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파견 문제가 다시 노사 갈등의 핫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비정규 노조가 정규직 노조의 산별 전환을 등에 업고 지난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1만여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강도 높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 해소를 슬로건으로 내건 현대차 정규직 노조로서는 이 문제가 산별 전환과 함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회사를 압박해 가며 이 문제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 노조는 1차 협력업체 8000여명에다 2,3차 하청업체 비정규직까지 합하면 전체 규모가 무려 1만5000여명에 이르러 앞으로 이들이 '(정규직과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설 경우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전망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기업 내부의 의제가 아닌 사회적 의제를 내세워 총파업한다면 현대차 노조가 거의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노사관계 사안 외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싸일 경우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